파스텔 색으로 그려진 항구, 하니아
Balos beach 라는 지상 낙원에서의 행복한 시간은 우리를 계속 머물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는 떠나기 싫은 안타까운 마음을 꾸욱 누른 채 이 곳을 떠나야 했다.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 하니아(chania)로 간다.
점심때가 될 즈음 하니아의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머물 곳은 에어비앤비에서 어렵게 찾아낸 독특하고 아름다운 숙소였다.
우리를 맞이한 정원엔 올리브나무를 비롯해 이름 모를 갖가지 수목들이 열매와 꽃을 피운 채 자리잡고 있었고 무엇보다 넓은 정원과 어서와 앉으라며 손짓하고 있는 정원에 놓인 소박한 테이블을 보니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캠핑이라도 하는 듯한 독특함을 안겨주는 숙소였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주택인데도 마치 숲 속에 있는 느낌을 가져다 주는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이 곳은 동화에서나 나타날 법한 그런 아름답고 아담한 숙소였다.
이 숙소의 주인도 집의 분위기와 닮았다.
완벽한 영어는 아니지만 우리 부부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집을 소개하느라 무척 노력하시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으며 자세하고 친절한 소개로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해주셨다. 기분좋은 환영식이었다.
멋지고 정감가는 숙소와 멋진 그리스 신사분의 맞이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단 하루를 묵고 떠나기엔 너무 아쉬운 아름다운 숙소였다. 편리한 시설과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구비한 완벽한 숙소. 이렇게 예쁜 집을 타인에게 선뜻 빌려주는 이들의 마음도 덩달아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는 짐을 정리한 후 근처 수퍼에 들러 내일 아침까지 먹을 식사재료를 구입했다.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저렴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항상 빼놓지 않고 사는 와인, 그리고 절인 야채, 생선, 옥수수, 돼지고기.... 하니아에서 직접 만들어 먹은 세끼의 식사는 간단하고 소박했지만 더할 수 없는 훌륭한 만찬이자 행복한 시간이었다. 구지 화려하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만 먹어야 만찬은 아니지 않던가!
배가 부르고 따뜻한 가을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잠이 온다.
잠깐의 오수를 즐기고 하니아 항구로 향했다. 하니아 항구 전체가 조용하다. 레스토랑과 펍이 주변에 가득하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카페에선 음악만이 흐르고 있다.
파스텔 색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항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니 마치 한폭의 수채화같다. 베네치아인들이 건설했다고 한다. 잔잔한 푸른 바다에 요트가 떠 있고 저 멀리엔 베네치안 요새가 보인다.
우리는 성벽을 걷기 시작했다. 한 두시간 지나자 서서히 주변이 붉어지며 아름다운 노을이 생긴다. 노을을 뒤로하고 항구를 걷는 이 시간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하다, 오래도록 기억될 산책이다.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리자 등대에도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온다. 등대가 빛을 발한다.
이 모든 장면이 나에겐 한폭의 그림이다.
하니아 항구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 이 자리로!
하니아 중심거리를 잠시 거닐었지만 여전히 한적한 밤거리다.
젊은이 네 명이 서로 대화를 하고 깔깔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하니아 밤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