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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řeboň의 번잡함 속에서 여유 찾기

Třeboň을 방문하다

by 담소

오늘의 목적지는 체코의 Třeboň이다.

그런데 근처가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우리는 잠시 독일 마을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가 방문한 마을은 'Gmünd'이다.

조그마한 독일 마을인데 체코의 시골 마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체코와는 다른 독일 마을의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깨끗하고 정갈한 광장에 아침 시장이 열렸다.

갓 구운 빵과 치즈, 그리고 집에서 만든 잼들과 야채들을 가지고 나와 팔고 있다.

참 평화롭고 여유로운 마을 정경인데 고소한 냄새가 퍼지다 보니 내 뱃속은 요동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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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ünd 마을 풍경

마을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보여 그 쪽으로 다가가니 오래 된 대장간에서 노인 한 분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신기해 내부를 둘러보니 들어오라며 반갑게 손짓을 하신다.

이 대장간은 1500년대 부터 생긴 대장간인데 알고보니 이 노인은 마을에서 유명한 대장장이셨다.

사라져가는 역사와 문화를 현대인들에게 소개하는 견학도 가능한 곳이었다.

우리에게 직접 해보라며 손에 쥐어주시기도 하고 설명도 해주시는데 이 일에 자부심과 열정이 강한 분인 걸 금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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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우리의 목적지 'Třeboň(트레제본)'으로 출발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 남쪽에 있는 Třeboň은 역사 깊고 매력적인 소도시로 알려져 있다. 풍부한 자연환경, 중세 시대의 건축물, 그리고 온천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멀리 있는 이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멋진 경치를 보며 기분 좋게 운전을 하는 데 갑자기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뿌연 곳으로 들어섰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이게 웬일인가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니 이 근처에 호수들이 많이 있다.

과거에 늪지와 연못으로 둘러싸인 지형 덕분에 방어가 유리해 중세시대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마을, Třeboň.

IMG_20250510_081005.jpg 호수가 많은 트레제본


그래서 짙은 안개가 자욱했던 것 같다.

이런 안갯속을 계속 달려야 하나 걱정했는데 약 10여분 정도 지나자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파란 하늘이 맑게 나타난다.

바로 이게 체코의 봄 날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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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아름다운 경치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도로



마을에 들어서니 도시가 북적거린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을 기대했던 우리는 북적거리고 번잡한 도시 분위기에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건물과 분수가 있는 중심 광장(Náměstí T.G. Masaryka)에 들어섰다.

우아하고 고혹적인 아름다운 광장의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많은 관광객들로 인한 번잡함이 광장을 채우고 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자전거로 하이킹을 하는 많은 현지인들도 가세해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체코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도시 간 거리가 가까운 장점 때문에 세계에서 자전거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알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토록 애용할 줄은 몰랐다.

더구나 보헤미아 지역이 경관이 아름답고 자전거 트레일이 잘 조성되어 있다 보니 오늘처럼 날 좋은 휴일이 되면 가족, 친구, 동호회 등 모든 국민이 자전거를 타나보다.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는 이들이 무척 여유롭고 건강해 보였고 동시에 우리도 자전거를 열심히 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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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마주한 분위기는 우습고도, 참 특이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 있었다.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과 카페 앞에는 젤라토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이미 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사람들은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혹은 천천히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즐기고 있었다.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 벤치에서, 광장을 거닐며 사람들은 모두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탓인지, 괜히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유럽 도시들을 여행할 때마다 젤라토를 파는 가게가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도 젤라토를 하나씩 손에 들고 광장 한편에 앉아 잠시 이 도시의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마음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광장의 아름다움도, 고풍스러운 건물도,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얼굴도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광장을 벗어나 조용한 뒷골목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제야 어수선했던 마음에 잔잔한 고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조금은 덜 화려하고, 덜 북적이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머무를 수 있었던, 그런 골목이었다.


골목 한쪽에서 체코의 로컬 맥주인 'Regent 양조장'을 만났다.

이 양조장은 1379년에 설립된 오래된 양조장이자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투어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며칠 전 Plzen에서 방문했던 필스너 우르겔 양조장과는 규모와 시설면에서 무척 작은 곳인데 체코 도시를 방문하다 보면 맥주 양조장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광장에서 멀지 않은 Třeboň Castle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로즘베르크(Rožmberk) 가문과 슈바르첸베르크(Schwarzenberg) 가문의 거처로 오랜 세월 동안 사용되어 온 이 성은 원래 고딕 양식의 성이었지만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조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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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내부 공개는 하지 않아 대신 성을 둘러싼 공원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깔끔하게 단장된 공원에서 공원을 거닐거나 잔디에 엎드려 햇살을 즐기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의 공원 문화가 무척 여유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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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에서 벗어날 즈음 온천으로 유명한 이 도시의 스파 'Bertiny Lázně'를 만났다.

호텔과 스파를 겸하고 있는 곳이다

이탄.png 이탄(Peat)

체코에서는 이탄(peat) 치료가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탄은 수천 년에 걸쳐 식물과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형성된 물질로, 미네랄과 유기물이 풍부해 근육과 관절의 통증을 완화시키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혹시 내가 이런 치료를 받아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관절이 망가지는 걸 늦추기 위해 우리는 걸어 슈바르첸베르크 묘지(Schwarzenberg Tomb)와 공원으로 향했다.

슈바르첸 가문은 17세기부터 이 도시의 문화, 정치, 농업, 산업, 군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가문으로,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를 비롯해 흘루보카(Hluboká), 트르제본(Třeboň) 등에서 성과 토지를 소유했던 유명한 귀족이었다.


묘지로 가는 길에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광활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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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아름답다. 자연이라 그런가 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호수를 보며 김밥을 먹기로 했다.

적막한 이 순간, 평화로움 그 자체다.

식사 후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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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둘러 싼 산책길

그런데 젊은 청년 세 명이 탐지기 같은 기계를 가지고 차에서 내리길래 궁금해 무엇을 찾냐고 물어보니 호수 옆 숲 속에서 코인(Coin)을 찾을 거라고 한다.

숲 속에서 웬 코인을?

깊은 내용까지 묻기는 실례인 것 같아 흥미로움만 표현했는데 나중에 예닉에게 불어보니 체코에서는 취미로 숲 속에서 코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오래된 동전이나 유물을 찾는 일은 체코를 비롯한 유럽에서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라고 하니 새롭게 알게 된 독특한 취미다.

실제로 체코의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남부지역에서 중세 왕국 시대의 동전이 발견되기도 했고 고대 로마 동전, 왕실 관련 유물 등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것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숲이 많고 역사가 깊은 이 나라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동시에 역사적인 유물도 찾는 재미도 있으니 win-win이다.

IMG_20250510_122147.jpg 코인을 찾으러 숲으로 가는 청년들



호수를 떠나 우리는 무덤으로 향했다.

17세기 이후 체코 남부 보헤미아의 실세였던 귀족, Schwarzenberg 가문의 무덤이 아름답다는 정보와 주변 공원에 트레일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하기로 했던 것이다.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쉬바르첸베르크 가문 묘지의 외관은 웅장함과 더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묘지가 이렇게나 거창해도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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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warzenberg 가문의 무덤

현재 체코에서는 이 가문의 후손이 정치를 하고 있다니 체코인들에게 있어 쉬바르첸베르크 가문은 아마도 꽤나 존경을 받았거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 이런 위인은 누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묘지를 잠시 둘러보고 주변 공원을 걷기로 했다.

아름답고 커다란 호수가 있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공원이라 숲 속을 걷거나 호수를 따라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장소다.

휴일이라 가족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공원이 워낙 넓고 트레일 코스도 많다 보니 걸으며 사람들을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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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주변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일을 걷다가 호수 쪽으로 들어가 잠시 쉬기로 했다.

잔잔한 호수에 멀리 유람선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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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물고기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며 바쁜 몸짓을 한다.

팔뚝만 한 물고기들이 물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신기해 사진으로도 동영상으로도 담아 보려 하지만 어려워 애를 먹다가 간신히 어스름하게 찍긴 했다.

종일 이 호수를 보며 앉아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호수와 함께 한 공원 산책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힐링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오늘 우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Třeboň의 아름다운 도심 풍경을 기대하고 왔는데 기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침 일찍 도착해야 편안한 마음으로 제대로 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오늘은 트레본 마을에서 얻은 평화와 힐링이 아닌 무덤과 공원에서 안식과 평화를 찾은 날이다.



이 글은 2025년 4~5월 체코 여행 중 기록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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