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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Jun 07. 2021

크루즈 여행의 매력:(11)여유의 미학

기분좋은 서비스와 맛난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나는 식사를 주문할 때 메뉴판에 적힌 음식 중 마음에 드는 이름을 선택한 후 웨이터에게 어떤지 물으면 미소와 함께 탁월한 선택이라고 대답하면서 내가 선택한 메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 이렇게  식사때마다 살가운 서비스를 받다보니 점점 대접받는 생활에 익숙해진다. 한국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매끼마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오늘은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아부다비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종일 크루즈 내에서 지내기 보다는 낯선 도시에 대한 호기심과 미련이 남아 있는 데다가 더욱 마음이 당긴 이유는 오늘 방문할 장소가 아부다비 여행 중 우리가 방문했던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신청을 했고 버스에 올랐다. 도착 후 3시간 정도 우리에게 시간을 준다. 다시 만나는 시간까지 알찬 방문이 되어야 겠다. 

크루즈에서 제공한 셔틀버스를 타고 원드트레이드센터 가는 길

아부다비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보면 두개의 독특한 빌딩이 우뚝 서서 하늘을 지탱하고 있다. 이 건물이 바로 2012년 완공된 아부다비 월드트레이드센터(W.T.C)이다. 이 센터에는 비지니스를 하는 오피스용 건물과 호텔, 그리고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비슷한 쇼핑 센터가 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외관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이 다소 일렀는지 쇼핑 센터 내부는 매우 한가했다. 여느 백화점 처럼 소위 명품이라고 부르는 해외의 고급 브랜드들이 들어서 있고 식당과 카페, 극장 그리고 수퍼마켓과 여성을 위한 케어 센터와 gym도 보인다. 

아부다비는 석유로 인해 급작스럽게 부자가 된 나라이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더러 계급의 차이가 아직도 존재한다고 하니 값비싼 해외 명품은 아마 귀족행세를 하는 소수에 불과할 듯하다. 소비의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듯 하다. 문득 명품의 기준과 가치를 아직 잘 알지 못한 채 명품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내부의 인테리어는 모두 나무 재질의 우드톤으로 조화를 이루어 나름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이 곳 저 곳 둘러보니 생각보다 꽤 규모가 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 보니 시내가 훤히 보인다. 

'이 넓은 땅, 곳곳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다들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는 걸까? 내게 주어진 이 순간들에 충실한 걸까?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하늘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순간을 가져야 한다고 칸트가 말했던가? 가끔씩 대답이 어려운 질문과 날 되돌아 보게 하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여느 때 처럼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마음 언저리에서 맴돌다 말았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쇼핑센터 내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시장 SOUK이다. 

중동에서는 향수가 의복처럼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장소엘 가던지 중동 특유의 향이 잔재하고 있다. 이 souk도 마찬가지로 독특한 향이 나는 다양한 향신료들과 향수와 직접 만든 옷, 카펫, 여성을 위한 악세서리들을 주로 팔고 있다. 하지만 향수도 옷도 내 취향은 아니다. 

센터 내부의 모습과 souk

밖으로 나와 옆 건물을 방문해보았다. 이 건물은 비지니스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업무로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의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아쉽게도 입장이 허가된 사람만 내부에 들어갈 수 있어서 우리는 외부만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약 2~3시간 가량 센터 방문을 마치고 크루즈로 돌아가기 위해 타고온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크루즈 내에서 몇 몇 일본인을 제외하곤 동양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니 나름 반갑다. 퇴직 후 여행 중이라는 이 부부는 이 크루즈 여행이 끝나면 바로 이어서 이탈리아의 시실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간단다.  아름답고 한적한 섬에서 계속 여행을 이어갈 이들 부부가 부럽기도 했다. 

에구~ 사람의 욕심은 어디가 끝일런지...


아부다비 시내 투어를 마치고 도착하니 저녁식사시간까지는 두어시간 남아 피로도 풀겸 간단히 수영을 하고 식당으로 갔다.

오늘부터는 우리를 전담했던 정식 웨이터가 바뀐다고 한다. 보조웨이터도 바뀌고 소믈리에도 바뀌었다. 메인웨이터는 러시아인이라고 소개를 한다. 소믈리에는 중동인이었는데 어느 나라사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웨이터가 러시아인이라는 말에 첫인상이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접하고 나니 그렇진 않다. 이래서 잘못된 선입견이 무서운가 보다. 

매 번 느끼고 있지만 소믈리에의 추천으로 시작하는 와인은 언제 마셔도 맛나다. 입맛을 돋구어주는 와인이 따로 있는지 우리의 입맛에 꼭 맞는 와인을 추천해준다. 마셔보고 싶은 새로운 와인을 요구하면 바꿔서 가져다 주는 친절은 덤이다. 

약 1시간 반 가량되는 저녁식사 시간은 항상 행복하다. 부족함이 없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맛은 어땠는지,,,우리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저녁 식사 시간의 행복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달콤한 디저트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왔고 바로 대극장에서 하는 뮤지컬 공연을 보러갔다. 기대했던 것 보다 노래와 춤, 무대 배경이 훌륭했다. 몇 년 전 크루즈에서 보았던 뮤지컬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이 다르다.  

뮤지컬 공연

뮤지컬이 끝난 뒤에는 11층 Reflection lounge에서  ABBA의 sing a long and dance party가 있어서 잠시 참석을 하기로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노래를 어울려 부르고 몇 쌍은 가운데 무대로 나가 춤을 춘다. 너나나나 할 것없이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역시 나도 올드 세대인가 보다. 오늘따라 ABBA의 노래가 이렇게 흥겹고 편안하게 들리다니 말이다.

국적, 인종 가릴 것 없이 함께 어울려 대화하고 즐기니 이미 밤 12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내일은 오만(Oman)의 무스카트(Muscat)에 도착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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