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비치, 로얄오페라하우스, 그랜드모스크 방문
우리는 올드무스카트의 방문을 마친 후 무스카트 신시가지에 도착해 택시기사의 안내로 약 3시간 정도 투어를 하기로 했다.
택시기사(무하마드)는 제일 먼저 우리를 도시 한가운데 있는 바다로 데려다 주었다. 일명 "Al Qurum Beach"로 알려진 퍼블릭 비치이다. 누구든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비치로 검은 고운 모래 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바닷가엔 몇몇 사람들이 걷고 있을 뿐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만이 우릴 반긴다. 도시 한 가운데에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는게 놀랍고 언제든 바다에 쉽게 찾아 올 수 있는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이왕 온 김에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니 기분 좋은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수온이다. 바닷가를 맨 발로 걸으니 모래의 감촉과 바닷물이 피부에 감기는 느낌이 좋다. 마음 같아선 이 장소에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택시기사의 모습에, 아쉽지만 눈에 담고만 와야 했다.
짙고 푸른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이 주변의 하얀 건물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서 택시기사는 우리를 Royal Opera House로 안내했다.
오만의 국왕이 오페라를 좋아해서 가장 공을 들여지었다는 건물이란다. 아니 건물이 아닌 건축물(architecture)이어야 한다. 건물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구조와 색감이 자연과 어울려 빛이 나고 있었다.
'중동인들, 특히 무슬림들이 클래식음악에 관심이 많을까? 오히려 이 건물을 짓는 것을 반대하진 않았을까?' 라는 의구심이 생겨 물어보니 기사는 국왕이 학교에서도 음악을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문득 오만의 왕이 멋있게 느껴지고 세련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아울러 예술의 가치를 알고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왕임에에 틀림이 없다.
낮에 방문한 오페라 하우스는 무척이나 조용하고 깔끔했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건물은 모두 흰색으로 통일되어있어 파란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물 내 카페에는 방문객들이 커피와 함께 한 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뿐 낮이라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연주 홀을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개방을 하지 않아 그냥 돌아와야 했다. 내부엔 500톤에 이르는 거대한 파이프오르간도 소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웅장한 소리까진 아니어도 홀 만이라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어쨌든 이 오페라하우스로 인해 오만의 문화 수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투어인 무스타크의 그랜드모스크 방문이다.
이 모스크의 정식 명칭은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국왕의 이름이 들어간 "Sultan Qaboos Grand Mosk"이다. 얼마 전에 방문했던 아부다비의 그랜드모스크를 떠올리면 아름다움과 화려함에 있어서는 소박하지만(지극히 개인생각임)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웅장함과 엄숙함,그리고 외관에서도 느낄 수 있는 숭고함까지... 동시에 2만명 정도 예배를 볼 수 있는 구조라고 하니 오만이 오일 부자나라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건축물이었다.
특히 이 모스크에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매달려있고 4년에 걸쳐 만든 아름다운 카펫이 펼쳐져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일반인들에게도 개방을 하는걸까?
모스크 내부는 오전에만 약 3시간정도 개방을 하는 탓에 오후에 방문을 한 우리는 아쉽게도 모스크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모스크 내부의 경건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고 유명하다는 샹들리에와 카펫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단지 세 곳의 방문을 끝으로 무스카트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배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한 나라의 수도이며 거대한 도시 무스카트를 짧은 시간에 투어한다는 상황이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언젠가 다시 방문해달라는 암시일까?
배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안에서 창을 통해 본 무스카트는 화려하진 않지만 중동의 고집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강한 인상을 풍겼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깨끗했으며 흰색으로 통일된 건물들로 도시전체를 메우고 있는 독특한 도시 풍경은 나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나라에 개방을 하고 차별을 없애며 예술을 사랑했던 국왕 카부스로 인해 중동의 오만에도 서서히 르네상스가 훈훈하게 불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