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과 카츠키 공중사원을 들러 쿠타이시에 도착하다.
아할치헤 마을의 라바티성 방문을 마치고 우린 쿠타이시(Kutaisi)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마을의 재래시장(Alpha Market)이 눈에 띈다. 점심식사 시간도 다가오고 마을 재래시장 방문을 즐겨하는 우리는 잠시 시장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아할치헤의 재래시장은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지 방문객이 많지 않고 조용하다.
광장 길가에는 채소와 과일, 꽃 등을 파는 노점들이 있고 코너 한쪽엔 건물을 지어 상주하는 가게들, 그리고 한 건물 안에 많은 가게들이 모여있는 대형 마켓 등 흔히 보는 재래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직접 가지고 온 과일과 채소가 매우 싱싱해 보인다. 가격이 저렴해 생각 같아선 많이 사고 싶은데 과일이라 그럴 수 없어 아쉬웠다. 우리는 운전을 하며 먹을 과일(바나나)을 샀다.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풍겨와 둘러보니 역시 빵을 굽고 있는 베이커리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차푸리를 비롯해 다양한 빵들이 금세 구워져 나온다.
아~ 이 냄새와 촉감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더 좋은 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빵을 자꾸 담으니 남편과 주인이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다.
난 왜 이리 이 빵이 맛난 건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ㅜㅜㅜ
시장 내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조지아의 전통 간식 추르츠헬라(Churchkhela)를 파는 가게가 몇 곳이 있다. 그런데 추르츠헬라의 가격이 다른 관광지와 비교해 절반 가격이었고 방금 만든 듯 신선해 보여 한국에 가져갈 몪까지 듬뿍 사고 말았다.
어느 곳이든 마을의 재래시장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끼는 곳인데 이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살 수 있어서 기분이 더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난 먹을 걸 많이 사면 기분이 좋아지는 타입인가 보다.
ㅎㅎㅎ
점심식사 메뉴는 방금 샀던 하차푸리와 과일, 츄르츠헬라를 먹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쿠타이시로 가는 길에 '카츠키(Katskhi) 마을'을 들러 가기로 했다.
그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원 중 하나인 '카츠키공중사원 (Katskhi pillar monastry)'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츠키로 가는 도로 상황은 험난했다.
넓고 평평한 도로에서 벗어나 좁고 구불구불한 오르막 길이 많았고 아스팔트와 비포장 도로가 번갈아 나타났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가 온 탓에 물웅덩이가 깊이 파인 곳이 많아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도로 상황을 접하거나 우리를 안내할 지도가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안내하는 상황을 때때로 겪을 때면 조지아가 관광객들에게까지 여유 있고 개방적인 마음은 아직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4시간 넘게 운전을 해서 카츠키공중사원에 도착했다.
무려 약 1,000년이 된 이 사원은 높이가 약 40m가 되는 석회암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이름 그대로 공중에 있는 사원이다.
이 석회암 바위는 조지아 인들에게 생명의 기둥이고 진정한 종교의 상징으로 여전히 신성시되어 오고 있다.
이곳은 1944년, 산악인에 의해 발견된 이후 연구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이곳이 6세기에서 8세기까지 기독교 금욕주의자들에 의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독교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성스러운 장소로 이교도의 출산 의식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졌다.
또한 초기에 이 사원은 금욕주의자인 수도자 성 시메온 스틸리테(Saint Simeon Stylites)가 기거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거의 40년 동안 기둥 꼭대기에 앉아 헌신했다고 한다.
때때로 종교인들은 스스로 그들의 몸을 고문까지 해서 오로지 종교에 몸과 마음을 바쳤다고 하니 고독과 싸우며 육체와 정신의 욕구와 욕망을 억눌러야 했을 그들의 고통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원에 올라가려면 사다리를 이용해야 하는데 여성은 이 곳을 입장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보아 카츠키공중사원은 조지아 정교회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보수적인 종교관념을 갖고있는 사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이 사원에는 막시메 카브타라제(Maxime Qavtaradze)라는 수도사가 기거하고 있는데 그가 이곳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올때는 20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를 추종하는 종교인들에 의해 보급품이 주어지고 그들와 함께 대부분 기도생활을 하기위해 일주일에 두번 정도 내려온다고 하니 그도 여전히 세속적인 유혹을 억제한 채 금욕주의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
과연 이 전통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아마 카츠키 공중사원에서 그렇게 생활하는 마지막 전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종교인의 길은 멀고도 힘들구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지금...
바위 위에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자리한 카츠키 사원이 오늘따라 더 쓸쓸해 보인다.
카츠키를 떠나 약 두 시간쯤 운전을 하니 오늘의 목적지 쿠타이시(Kutaisi)가 보인다.
쿠타이시는 인구가 약 20만 명가량 되는 큰 도시이며 고대 콜키스 왕국(기원전 6세기~기원전 2세기)의 수도로서 번성했고 975년부터 1122년까지는 조지아의 수도였던 곳이다.
쿠타이시 번화가에 들어서니 자동차들도 많고
가게들도 많지만 왠지 조용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방문했던 마을들 즉 트빌리시를 제외한 시그나기, 스테판츠민다와 보르조미, 아할치헤 등을 모두 합쳐도 쿠타이시가 더 큰 규모를 갖고 있지만 북적거림 없는 차분한 도시 분위기다..
관광지로 알려진 쿠타이시 광장과 콜키스 분수, 그리고 공원을 둘러보지만 사람들 보기가 어렵다.
마치 고즈넉하고 외롭고 허전해 그리움이 짙게 밀려오는 도시로 다가온다.
비 그친 흐린 날씨 때문인지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어두워지려 한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하필 도로 한가운데서 수도공사를 하고 있는 탓에 가려던 길을 가지 못하고 다른 길로 찾아가야 했는데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숙소는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소를 정했기 때문에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근처에선 주민들이 모여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저녁식사 시간이 정겨워 보인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언젠가 조지아 사람들은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끼리 자주 모여 식사를 한다고 들었던 적이 있다.
한국에서라면 도시에서 이런 광경은 쉽게 볼 수가 없는데...
문을 닫아걸고 살며 심지어는 주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차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스스로 제각각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도 저녁거리를 사러 근처 마켓에 들렀다. 오늘은 조지아식 요리를 해볼 생각이다.
우리 부부는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향이 아니다. 어디서든 먹을 장소를 쉽게 찾아들어가고, 되도록이면 직접 간단하게 요리를 해서 먹는 걸 좋아한다.
힝칼리(만두류)와 사슬릭(꼬치구이)을 하기 위해 고기를 샀고 그리고 오늘도 빼놓지 않고 와인을 샀다. 디저트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물론~~^^
전망 좋은 숙소의 거실에서 갓 요리한 음식들과 아할치헤 재래시장에서 사 온 과일, 하차푸리, 그리고 와인과 함께 먹을 츄르츠헬라도 있으니 만찬이다.
눈과 입이 행복하다. 행복이 별건가? ㅎㅎㅎ
내일은 흑해를 볼 수 있는 휴양도시 바투미(Batumi)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까지 가려면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오늘 우리의 여정은 소박한(?) 저녁 만찬(?)과 함께 끝~~~!!
벌써 취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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