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갔다 학원 갔다 나름 아이들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텐데, 내가 기운이 없는 날은 이런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쉽지 않다.
"엄마가 오늘 좀 바빴어. 숙제는 다 했니? 준비물 챙길 건 없어? 얼른 씻어. 밥 먹자."
오자 마자 잔소리부터 하는 엄마를 아이들이 반길리 없다.
"엄마 너무해, 내 말도 잘 안 들어주고."
하아, 내가 뭘 또 잘못했나 보다.
그래, 좋은 엄마라면 오자마자 이렇게 물어봤어야지.
"오늘 학교는 어땠어?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았어? 엄마가 뭐 도와줄 것은 없니?"
머리로는 알지만, 쌓여있는 설거지와 어질러진 방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들이 입으로 나간다.
아이들의 표정보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더 들어오고, 애들 마음 상처받은 것보다 내 몸이 지치고 힘든 것이 더 아프다. 이럴 때마다 이기적인 내가 참 싫어진다.
나도 집안일 따윈 누군가에게 맡겨 두고 오롯이 내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루종일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서로 나눌 이야기도 많고, 축하받고 위로받을 일도 많으리라. 이런 이야기를 엄마와 하지 않으면 누구와 한단 말인가?
어렸을 적 엄마가 잠시 일을 하셨던 적이 있었다. 학교 갔다 집에 들어갈 때 거실 불이 꺼져있을 때의 가슴 시린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집에 오는 내내 엄마한테 할 말이 가득이었는데, 비어있는 거실을 보면서 내 마음속 말들은 갈 곳을 잃고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으로 쌓였던 시간들.
나도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서운함과 원망만 가득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다.
내가 일하는 이유, 내 삶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 잘 키워서 가족이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일하느라 바빠서, 집안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들의 마음을 들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자.
나에게 원씽은 우리 아이들.
그렇다면 급한 집안일보다, 매일 시간 맞춰 가야 하는 회사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중요하기에 그들에게 나의 시간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엄마 졸려요, 책 읽어주세요."
잘 시간만 되면 책을 읽어달라는 딸아이를 위해오늘 밤엔 졸린 눈을 비비며 아이들 옆에 누워 같이 책을 읽어야겠다.
"엄마, 오늘은 저랑 같이 자면 안 돼요?"
잠들기 힘들어하는 아들을 위해 같이 누워 잠들 때까지 손잡아 줘야겠다.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는
눈 마주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을 주는 사람.
p.s. 그런데, 지친 나는 언제 쉬나? 나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나? 밀린 집안일은 누가 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