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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물들어가는 마음♡

by 까만곰

이틀이나 학교에 못 가고 침대에 있던 아들이 드디어 집 밖을 나섰다.

"평일에 아프고 주말에 나아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제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그래... 그렇게 매일 학교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간절한 너의 기도를 들으셨나 보다."


오래간만에 아들도, 딸도, 남편도 없는 오전. 밖으로 나와 걷는데 풍경이 낯설다.

'언제 이렇게 단풍이 들었지?'

일주일 만에 나뭇잎의 색이 진해졌다.


흐르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시시각각 물들어가는 나무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시간은 정직하구나.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계절은 흐르고 나무들은 깊어지는 가을을 살아내고 있었다.


초록에서 노랑 주황 그리고 빨강까지 온 가을의 색을 담고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한 그루의 나무 안에서도 각자의 속도대로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나뭇잎을 보니 왠지 안심이 된다.


'좀 느리면 어떻고 빠르면 또 어때. 우리 모두 겨울을 향하고 있잖아.'



가을의 풍경 덕분에 모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런 날은 뭐라도 쓰고 싶은걸?'

유치한 글이라도, 진부한 글이라도 단풍이 준 마음을 짧게나마 남기고 싶었다.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온 집. 깊은 가을의 색을 담아 남편에게도 한 잔, 나에게도 한 잔을 선물한다.

'우리의 시간도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하루가 너무 힘들지 않기를. 느려도 한 발 나아가는 용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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