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땠어?" 물어봐주서 고마워.
나의 안부를 묻는 남편에게
"어젠 어땠어?"
나와 남편의 하루 인사다.
주간근무자인 나와 교대근무자인 남편.
우린 서로 일하는 시간이 다르다.
주로 활동하는 시간도 다르고 수면 시간도 다르다.
결혼하고 힘들었던 이유도 서로 공유하기 어려운 시간 때문이었다. 남편이 저녁에 쉬는 날도 이미 밤에 활동하는 것으로 맞춰진 생체시계 때문에 우린 다른 시간에 활동했다.
아이 낳고 휴직하는 동안 남편에게 주간근무를 제안했었다. 이유는 아이에게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어른이니까,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아이가 보기에 낮에 잠만 자는 아빠는 충분히 이상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남편의 주간근무는 나의 복직과 함께 끝이 났다. 일의 특성상 갑자기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아서 아이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달려갈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남편이 교대근무를 하면서 아침에 아이들 등교와 등원을 맡았다. 애들이 아파서 병원가야 하는 날이면 아침에는 남편이 오후엔 내가 맡아서 뛰었다. 주변에 아이를 맡길 곳 없는 우리 부부는 낮엔 남편이 밤엔 내가 교대로 육아를 하는 셈이다.
내가 출근할 때 남편이 퇴근하고, 남편이 출근할 때 내가 퇴근한다. 서로 얼굴 맞대고 밥 먹고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고, 하루종일 한번도 스치지 않는 적도 종종 있다. 분명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부부인데 같이 머무는 시간이 적다보니 서로의 안부를 애들에게 묻곤 한다.
오늘은 주말이라 아침에 퇴근하는 남편과 오랜만에 아침을 같이 먹었다. 남편의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어젠 어땠어? 일이 많았어?"
"어 그럭저럭 괜찮았어."
"다행이다."
보통은 여기서 끝
그런데 오늘은 남편도 나에게 물어본다.
"어젠 어땠어? 애들이랑 괜찮았어?"
남편의 질문에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말하고 싶었다. 내가 어제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속상한 일, 화났던 일을 밤에 일하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말할 수도 없고.
아침에 퇴근하고 온 사람한테 괜히 말을 꺼냈다가 피곤해하고 귀찮아하는 태도에 상처받을까 봐 꾹 참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물어봐주니 얼마나 고맙던지.
"진짜 힘들었어. 애들 아주 날리도 아니었어."
이 한마디 하고 나니까 어제 힘들었던 일들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써준다는 것.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준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오늘 나에게 안부를 물어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