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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찾아 삼만리

'정신없는 나'여도 괜찮아♡

by 까만곰

햇살이 따스한 토요일 아침, 커튼을 걷는 손길이 경쾌하다.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 챙기자고 다짐하며 두 아이를 깨웠다.


하지만 단잠을 깨운 엄마가 아이들은 야속한가 보다. 밥상을 보고는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며 햄버거 타령을 하고, 주말학원보충이 말이 되냐며 잔뜩 볼멘소리를 했다.


'그래, 주말인데 일어나기 싫지.'

'주말에 학원이라니, 싫을 수 있어.'

감정이 휘몰아치는 아이 바라보며 동요하지 않으려고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되뇌었다.


"이럴거면 그냥 굶어!"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시무룩한 아이가 짠해서 과일을 깎아주니 금세 진정이 된다.

'귀여운 녀석~ '


그때 아침에 온 문자 하나를 발견했다.
"책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어젯밤 주문한 책이 도착했는데 나가보니 없다.
설마...
택배기사님이 남긴 사진엔 학교 교문 앞에 덩그러니 놓인 박스가 있었다.

아, 하필 주말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월요일 아침에 일찍 가서 찾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비소식이 있다. 어제처럼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데 어쩌지? 주말에 학교라니...
이제야 주말에 학원 간다고 화를 냈던 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래도 교문 앞에 책을 놔둘 순 없기에 학교로 출발했다. 한가로운 주말 오전에 보니 매일 보던 풍경이 새롭다. 청량한 음악을 들으며 나 혼나 떠나는 여행~

다행히 내 책은 쪽문 아래에 고이 놓여 있었다.
내 어이없는 실수 덕분에 주말 오전 드라이브를 즐겼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다음엔 꼭 배송지를 확인하고 주문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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