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선물
덥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씨.
배낭을 멘 여행객도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도 얼굴에 짜증이 가득해 보였다.
'저 아래 버스 정류장까지 어떻게 걸어가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내 눈에 들어온 건 '살수차'
'폭염대응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잠깐이지만 물을 뿌리고 간 자리엔 열기가 덜 느껴졌다.
고마운 살수차 덕분에 버스 정류장까지 무사히 걸어왔다.
정류장에 앉으니 왠지 모를 청량감이 든다. 잠시 시골집 평상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뭐지? 이 기분 좋은 시원함은?'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은행나무가 보였다. 길게 뻗은 나무줄기 덕분에 도로까지 나무그늘이 내려와 있었다.
노랗게 물든 가을에만 눈여겨봤던 은행나무였다. 한 여름에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그늘을 내어주고 있었나 보다. 초록의 자연이 주는 선물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고맙다,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