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까 두려운 순간
다투고 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집 안에는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고,
나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잠시 밖으로 나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발걸음은 현관 앞에서 멈춰버렸습니다.
문고리를 잡은 손끝은
차갑게 얼어붙은 듯 떨렸습니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할 자리.
그곳에 있어야 할 당신의 신발이
사라져 있을까 봐.
작은 부재 하나가
모든 끝을 선언하는 것일까 봐.
나는 그 두려움에 숨조차 고르지 못했습니다.
신발 하나에 나의 안도가 달려 있고,
그 작은 흔적 하나에
우리의 관계가 매달려 있다는 사실이
숨 막히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현관 앞에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서 있었습니다.
차마 문을 열지 못한 채,
그저 그 자리에 당신의 흔적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 짧은 순간 속에서
내 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거창한 고백보다,
이별은 날카로운 말보다,
결국은 작은 사소함에서 결정된다고.
그리고 그 사소함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연약하고,
또 얼마나 간절해지는가를
다시 깨닫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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