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비행기를 바라보다

아주 맑은 오후

by 여백로그


하늘이 유난히 맑던 날이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하얀 궤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천천히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도 없이, 그저 묵묵히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잠시 멈춰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그 안에는 수많은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누군가는 끝나지 않은 마음을 품은 채.


비행기는 그 모든 사연을 품고,

푸른 하늘 저 너머로 사라져 갔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도착지도, 목적도 알 수 없는 그 길이

왠지 모르게 나를 닮아 있었다.


언제나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떠날 용기는 부족했다.


그래서였을까.

멀어지는 비행기의 뒷모습이

왠지 나 대신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언젠가는 나도 저 하늘 어딘가를 향해

조용히 떠날 수 있을까.”


그날 이후로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나는 조금 더 용감해졌다.


멀리 나는 비행기는 여전히 작고 멀지만,

내 안의 바람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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