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중에도 남아 있는 온기
차가운 공기가 옷깃을 스치면,
경량패딩을 꺼내 입는 계절이 되었다는 걸 실감한다.
길가의 식물들은 이미 대부분 마르고,
남은 가지 사이로 빛 한 줄기가 조용히 스며든다.
생이 다한 듯 보이지만,
그 위엔 여전히 바람을 붙드는 가느다란 실이 있다.
햇빛에 반짝이는 그 실 하나가,
이 계절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삶도 그렇다.
끝났다고 생각한 관계, 잊혔다고 여긴 마음,
그 틈새 어딘가에 아직 끊기지 않은 온기가 남아 있다.
그건 거창하지도, 뜨겁지도 않다.
다만 아주 미세하게,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의 형태로 이어져 있을 뿐이다.
요즘 나는 무언가를 ‘붙드는 힘’보다
‘놓치지 않는 시선’을 배우고 싶어진다.
계절이 변하는 동안에도,
조용히 이어지는 것들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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