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잠시 멈춰 서다
매년 이맘때면,
집 안의 작은 조명들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평소엔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스탠드의 불빛도,
반짝임이 조금 어설픈 작은 트리도,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둔 담요 한 장도
어쩐지 “올해 수고 많았다”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거창한 변화, 대단한 마무리를 꿈꾸지만
정작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이렇게 조용한 장면들 인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 없이 켜놓은 TV 화면 속의 따뜻한 색감,
몸을 감싸주는 담요의 촉감,
기억보다 오래 머무는 조명의 온기 같은 것들.
나는 어떤 한 해를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 늘 망설여졌지만,
이 작은 풍경 앞에서는 조금 용기가 난다.
“아, 그래도 잘 살아냈구나.”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장면이 아닌데도
마치 나를 위한 ‘작은 위로 상자’처럼 느껴진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빛 하나에 마음을 맡겨도 괜찮다고
조용히 다독여주는 계절.
올해가 어떻게 흘러갔든,
우리는 이렇게 또 하나의 겨울을 맞이한다.
불빛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고,
조명 아래서 괜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작은 트리 앞에서 미세하게 미소 짓는 나를 발견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따뜻한 장면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가 그럭저럭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당신의 방에도,
당신만의 작은 빛이 켜져 있기를.
그리고 그 불빛 앞에서,
잠시 부드럽게 쉬어갈 수 있기를.
-여백-
insta | @yeobaek.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