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단정하게 만드는 작은 의식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는 이 작은 공간은
어느새 제 일상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커피머신과
원두가 놓여 있는 한 켠 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하루를 단정하게
시작하게 해주는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라인더가 원두를 갈아내는 소리,
포터필터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
잔잔하게 퍼지는 스팀 소리까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저를 다시 ‘저’로 돌아오게 만드는 작은 의식 같습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흘러갑니다.
커피도 빠르게, 생각도 빠르게, 삶도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천천히 내려오는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바라보는 시간은
저에게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아침 10분의 사치를 즐기며
저는 하루를 버티는 힘을 얻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
어제보다 나은 나를 위한 작은 루틴이 쌓여갑니다.
돌아보면, 삶을 바꾸는 건 거창한 결심보다
이런 작은 취향들을 지켜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집 안의 작은 카페에서
저를 위한 한 잔을 정성스럽게 내립니다.
그리고 그 한 잔에서 다시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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