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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모임

여전히  스무 살 같은 꽃나이 48세

코로나로 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냈던 터.

지난달 모임에서 12월 모임 날짜를 정하던 중. 다들 김장 스케줄로. 연말 모임들로 바쁘다며 11월 말에 모이자고 한다. 2년간 회비도 두둑하게 쌓였으니 1박 2일을 해보자는 회장님의 말에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코로나로 다들 힘들었나 보다. 나의 대학동창 모임 물망초다. 결혼해서 타 지역에서 살기도 했고 워킹맘으로 늘 바빠서 뒤늦게 합류하기는 했으나 나의 유일한 동창 모임이다. 초록우산에서 일하는 광숙이. 고등학교 교사 미정이. 은행에 다니는 지은이와 미영이 그리고 나를 빼고는 모두 전업 주부다.

우린 2달에 한 번씩 모인다. 미정이 아들이 코로나 앱을 개발해서 KBS에 나왔다거나 정임이 딸이 공부를 잘해서 특목고에 갔다는 얘기, 광숙이가 인터뷰를 했다는 얘기를 빼면 모두들 그저 평범한 얘기들이 오가는 흔한 동창 모임 풍경이다.

큰아들도 군 입대를 했고 중1 둘째 아들도 이젠 엄마보다 친구가 좋단다. 남편은 늘 그렇듯. 여전히.  변함없이 회사 일로 바쁘고 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흔여덟. 눈가와 이마에 주름이 늘어가고. 40킬로의 날씬하던 스무 살의 나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동창 모임은 나를 설레게 한다. 가방을 하나 샀다. 너무 행복하다. 1박 2일. 각자 살아온 삶의 꾸러미들을 조잘조잘 잠도 안 자고 다들 토해내겠지. 사진들도 찍을 것이다. 끝없는 수다와 웃음소리들. 어쩌면 이제야 찾은 진짜 내 모습들일지도.

이젠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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