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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학 동창 모임 뒤풀이

가족에 한이 서리다.

가족.

너무도 가까워서 때로 삶의 원천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 나를 가장 힘들게도 한다.

마흔여덟의 나이에도.

날을 세며

남자들의 군대 얘기만큼이나

스펙터클하고 분노와 한숨을 유발하는 친구들의 친정, 시댁 이야기란...

오후 4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배 고프다며 뭐라도 먹자며

퀸즈 브라운으로 향했다. 파니니에 리코타 치즈 샐러드에 커피 한잔 하고 있는 사이에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에 친구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풀떼기 한 점 남지 않은 접시들을 뒤로하고 차가네 통 큰 해물 삼합으로 달려갔다. 차돌 밖이 해물 삼합을 볼이 터져라 먹은 후 웅천으로 갔다 웅천 친수공원 산책이라도 하고 커피를 마시러 가자는 말은 어느새 바람과 함께 날려가 버린 지 오래. 추운데 무슨 산책이냐며 발콘드예울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2시간도 넘는 수다 후 3명의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우린 과일과 맥주와 안주들과 물을 사들고 디오션리조트로 들어갔다.

친정부모님이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줬다며 서운해하는 미향이, 시아버지가 올해 1,000만 원을 줬다는 광숙이, 시어머니가 남편 명의로 물려준 집을 새엄마의 꼬드김으로 다시 내놓라고 하신다는 은정이 시아버지, 25년간 헌신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배신감을 느껴서 이제는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는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들의 걱정과 한숨들로 우리의 밤은 뜨거운  방바닥보다도 더 따뜻하고 끈끈했다.


거실에 이불을 쭉 깔고 누워서 조잘조잘, 벌떡 일어나서 갑자기 떡이 먹고 싶다는 진선이, 친정언니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는 광숙이. 마흔여덟의 삶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굵어진 몸과 주름진 얼굴을 하곤 웃고 떠들고 몸부림치며 우리의 밤은 어느새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1년에 딱 한번 이리 모여서 산타할아버지 주머니처럼 불룩하게 부풀어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고민과 상처들을 다 풀어내자꾸나.


또 다른 나의 모습인 친구들아~

나이 먹는 거 슬퍼하지 말고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나도 좀 바라봐주며 살자꾸나.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더 많이 남기고

무거워진 짐들을 이곳에 내려두고

다시

시작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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