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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이 Sep 17. 2023

신입 글쓰기 모임 회원의 고백




2023년 9월 17일 일요일

-온라인 글쓰기 모임의 회원님들께 부치는 글-


안녕하세요 회원님들, 저는 가입한지 이제 딱 10일된 신입 회원 '침이'입니다.

지난 10일간 쓴 제 글들을 오늘 전부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동안은 은은하고 평화로이 흘러온 글쓰기 모임이었던 듯한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이

가입하자마자 아주 저 혼자서 쿵짝쿵짝 꽹과리치고 북치고 난리가 났더군요.


문제의 밴드 글



"미쳤다 미쳤어..."

보다가 저도 모르게 나오던 말입니다.

쓰는 글마다 왜 그렇게 수다스럽고 부산하던지요.

제가 쓴 글들은 하나같이

"자, 다들 보아라. 이게 바로 내 글이다!"

  혹은
"안녕하세요! 저는 이런저런 사람인데 저와 친구하실래요?"  


로 점철된 한없이 투명한 글들이었습니다.

이다지도 가볍고 성급하며 들뜬 마음이란...


다들 아셨겠지만 예, 전 하수입니다.

살면서 처음 이런 글을 써봤더니 굳어버린 손가락에 기름칠을 한 듯이 술술 잘도 써졌습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란 사실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신바람이 났습니다.


이 변명하자면, 모임에 가입하기 전 지난 십여년간 써오던 글들은

남이 쓰라고 해서 쓴 글, 남에게 잘 보여야만 하는 글, 지루할수록 잘 쓴 것 같아 보이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신나게 잘 써질 리가 있겠나요?


예를 들면


1. (사실은 모 교감선생님이 썼어야 할) 교지의 인사글

2. (사실은 모 교감선생님이 썼어야 할) 졸업식 축사글

3. (사실은 모 교감선생님의 딸이 썼어야 할) 대입용 자기소개서

4. 영재 학생 추천글

5. 교내 장학금 전달식 홍보글

6. 생활기록부 학생행동발달특성


대충 이런 것들이었는데요, 님들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만약 중 하나라도 '본인이라면 신나서 쓸 것 같다' 하는 글이 있다면 댓글로 해당 번호를 적어주시기 바랍니다.(저는 6번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은 거라 여겨 그나마 제일 낫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쓸 성격의 글은 절대 아님을 단언합니다.)


아, 그래도 좀 즐거웠던 글쓰기가 떠오르긴 했습니다.

아래에 덧붙이겠습니다.


7. 경품을 노린 라디오 사연


굉장한 TMI지만 3번쯤 쓰면 2번쯤 당첨되어

꽃무늬 덧신과 실비김치와 중년여성을 위한 화장품과 워터파크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요새 기력이 없어서 워터파크에는 가지 못하고 지인에게 입장권을 넘겨주었고

나머지는 잘 신고 잘 먹고 잘 발랐네요.


주제가 아주 잠시 다른 곳으로 샐 뻔 했습니다만ㅡ

제가 정말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전 그래서 지금 아주 신이 납니다.

내 생각 내 마음대로 쓰는 일이 이렇게나 치유되고 행복한 일임을 알았습니다.

다시 보면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설픈 글이지만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게 지나치게 행복한 나머지 결국은 은은하게 돌아버렸음을,

여러분 앞에 고백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글쓰기 모임의 게시판을 시끄럽게 점령하려고 합니다.

나날이 폭주하겠습니다. 이건 경고이기도 합니다.  


약간은 위험한 짐승, 조금은 부끄러운 존재,

폭주하는 신입 중년 여성 글쓰기 모임 회원을

회원님들께서는 부디 경계하지 마시고 당분간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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