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천방지축 태리와의 동거(5)
충북 영동을 출발한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이가 토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는지 거의 소화되지 않은 사료알갱이를 그대로 토해냈다. 충북 영동에서 가평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도 거의 3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거리인데 아침식사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이가 바람을 좀 쐬고 쉬면 나아질 것 같아 차를 세우고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자꾸 차 밑에 들어가 숨으려고만 했다. 차 바닥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꺼내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손을 뻗어 간신히 아이를 잡고 차에 태우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아이는 또 토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고 가는 우리 가족도 고생스러웠다. 간신히 토사물을 다 닦아냈는데 또다시 잔뜩 토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먼 길 가는데 아침을 이렇게 많이 먹이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다소 원망을 하면서 차를 몰았다. 원래 견주네 집에서는 반려견들이 많아 자율배식을 한 탓에 양껏 아침식사를 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오면서 한번 더 토하는 등 모두 세 번이나 토하며 왔다. 우리도 지치고 아이도 지쳐서 잠시 장을 볼 겸 마트에 들르게 되었다. 아이를 바닥에 잠시 내려놓았더니 이번에는 마트 구석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었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숨는 걸까? 간신히 잡아서 마침내 가평 집(펜션)에 도착하게 되었다.
흙냄새 꽃냄새 가득한 흙마당에 내려놓으니 아이는 힘들어 보였지만 그제야 꽃향기를 맡으며 다소나마 원기를 회복하는 듯했다. 수컷인데도 왜 이렇게 꽃을 좋아하는지 꽃밭에 서서 한참이나 꽃내음을 맡았다. 너른 마당에 놓아두니 어디라도 숨으면 찾지 못할 정도로 작아 보였다. 아이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아직 이름이 없는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이름들을 후보로 올리고 한 가지를 정하기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이름 후보는 ‘루이’ ‘광철이’ 등이었는데 우리는 결국 ‘태리’로 이름 붙였다.
나는 태리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나는 너를 평생 반려하겠노라, 우리 함께 꼭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자.”
2020년 4월 10일, 태리가 태어난지 만 2개월이 되던 날의 일이었다.
(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