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심한 아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못 말리는 천방지축 태리와의 동거(5)

by 태리와 함께라면

충북 영동을 출발한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이가 토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는지 거의 소화되지 않은 사료알갱이를 그대로 토해냈다. 충북 영동에서 가평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도 거의 3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거리인데 아침식사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이가 바람을 좀 쐬고 쉬면 나아질 것 같아 차를 세우고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자꾸 차 밑에 들어가 숨으려고만 했다. 차 바닥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꺼내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손을 뻗어 간신히 아이를 잡고 차에 태우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아이는 또 토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고 가는 우리 가족도 고생스러웠다. 간신히 토사물을 다 닦아냈는데 또다시 잔뜩 토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먼 길 가는데 아침을 이렇게 많이 먹이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다소 원망을 하면서 차를 몰았다. 원래 견주네 집에서는 반려견들이 많아 자율배식을 한 탓에 양껏 아침식사를 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오면서 한번 더 토하는 등 모두 세 번이나 토하며 왔다. 우리도 지치고 아이도 지쳐서 잠시 장을 볼 겸 마트에 들르게 되었다. 아이를 바닥에 잠시 내려놓았더니 이번에는 마트 구석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었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숨는 걸까? 간신히 잡아서 마침내 가평 집(펜션)에 도착하게 되었다.


흙냄새 꽃냄새 가득한 흙마당에 내려놓으니 아이는 힘들어 보였지만 그제야 꽃향기를 맡으며 다소나마 원기를 회복하는 듯했다. 수컷인데도 왜 이렇게 꽃을 좋아하는지 꽃밭에 서서 한참이나 꽃내음을 맡았다. 너른 마당에 놓아두니 어디라도 숨으면 찾지 못할 정도로 작아 보였다. 아이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30308_175721700.jpg


우리 가족은 아직 이름이 없는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이름들을 후보로 올리고 한 가지를 정하기로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이름 후보는 ‘루이’ ‘광철이’ 등이었는데 우리는 결국 ‘태리’로 이름 붙였다.


나는 태리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나는 너를 평생 반려하겠노라, 우리 함께 꼭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자.”


2020년 4월 10일, 태리가 태어난지 만 2개월이 되던 날의 일이었다.

(6편에 계속)

keyword
이전 05화“천재견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