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천방지축 태리와의 동거(4)
“‘강아지 공장’을 제외하고 보더콜리를 분양받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3년 전에 우리가 알아본 결과로는 첫째 보더콜리 전문견사에서 양육된 아이를 입양하는 방법이 있었다. 부견과 모견들은 프리스비(Frisbee/원반) 훈련을 제대로 받은 아이들로 혈통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양가는 상당히 고가인 편인데 반려견주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혈통이 우수한 품종을 분양받는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겠으나 프리스비 훈련을 꼭 받아야 할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꼭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분양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 번째는 현역 양몰이견들이 있는 대관령삼양목장에서 분양받는 방법이 있었다. 마침 목장에서 성견으로 분양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성견인 데다가 양몰이견이 나중에 양몰이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상실감이 클 것 같아 분양을 포기했다.
세 번째는 전문적인 브리더는 아니지만 가정에서 혈통을 보존하며 양육된 우수한 품종의 가정견을 분양받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세 번째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보더콜리 카페를 통해 전국의 가정견 보더콜리 분양정보를 입수했고 수소문 끝에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아이들은 1개월 차로 분양을 받으려면 최소한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견주와도 통화를 마치고 2개월 되는 즈음에 분양을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분양을 받는다면 출생 후 3개월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출생 후 3개월 동안은 부모견 특히 모견으로부터 고쳐야 할 생활습관을 배우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르쳐야 할 습관이 있고 반려견 모견이 가르쳐야 할 습관도 있다.
경기도 가평에서 충북 영동까지 차를 달려 드디어 보더콜리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주변환경이 썩 훌륭했다. 주변에 다른 주택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넓은 잔디마당과 커다란 견사까지 갖추고 있어 반려견을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우리는 잔디 마당에서 놀고 있는 보더콜리 한쌍을 만나게 되었고 부견 모견은 사람과의 친화력이 좋고 특히 부견은 너무 젊잖고 사람의 말귀를 거의 다 알아듣는 듯했다. 모견도 성품이 참 착하여 견주의 말을 잘 따르고 순한 성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 마리들의 보더 콜리 자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노는 아이들. 모두가 개성들이 강하여 하나하나 귀엽고 발랄한 녀석들이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미리 분양예약을 했던 ‘아주 멋진 모습의 모색을 가진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흰색과 검은색의 모색이 좌우로 완벽하게 대칭된 정말 멋진 녀석이었다.
우리는 여러 아이들과 놀게 되었는데 우리가 분양받을 녀석은 혼자 뛰어놀다가 그새 물웅덩이에 빠져 간단한 샤워를 하고 우리와 떠날 채비를 하였다. 너무나도 귀여운 녀석이었다. 다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조용하고 소심한 것 같아서 "너무 내성적이지 않나요?" 견주에게 물었더니 우리에게 분양을 해주시는 견주분은 "조금 더 자라면 제 본성이 나올 겁니다."하고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예쁘고 귀엽지만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는 이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면 어떡하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충북 영동을 출발하기 시작했다.(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