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리와 함께라면 Mar 16. 2023

“천재견이 나타났다!”

못 말리는 천방지축 태리와의 동거(6)

어제까지 같이 살던 부모견과 형제들 곁을 떠나 충북 영동에서 300KM나 달려 도착한 가평에서 태리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아직 너무 어려서일까? 낯 선 환경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생활하는데 어떤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그냥 소심한 아이의 모습이라고 할까? 처음 2~3일간은 너무 얌전해서 이곳 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태리는 20평 복층집에서 나와 같이 실내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 살던 집은 1층과 2층이 트여 있어 시원하게 층고가 높은 대신 별도의 방문은 없는 구조였다. 1층에는 부엌과 거실 그리고 화장실이 딸려있고 2층은 침실로서 화장대가 있고 나중에는 이곳에 전자드럼을 놓아 취미실로도 사용했다.    

 

태리가 처음 왔을 때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지 못해 1층에서 생활했다. 태리는 집에 온 지 며칠이 지나자 얼마 안 돼서부터 이가 간지러운지 벌써부터 물건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장난감으로 준비해 준 코끼리 '덤보'는 태리가 집중적으로 물어 뜯어 하루는 귀가 떨어지고 다른 날은 코가 떨어지다가 결국은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덤보가 그야말로 날아가자  그다음부터는 신발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못하게 하면 가구도 물어뜯고 핸드폰도 물려고 하고 하다못해 인터넷선까지 물어뜯으려고 했다. 어차피 성장기에 한 번은 거쳐야 할 일이어서 가볍게 주의만 주었다.    


아직 똥오줌 못 가리는 아이     


태어난 지 2개월 된 태리는 처음 한 달간은 완벽하게 대소변을 가리지는 못했다. 실내 한 구석에 패드를 깔아놓았는데 패드 위에 대소변을 보기도 하고 그냥 한 데에 일을 보기도 했다. 가평에 오기 전에 태리는 넓은 잔디마당에 딸린 대형 야외 견사에서 부모견, 형제견과 같이 생활했는데 그곳에서는 견사 한편에 모래를 깔아놓고 대소변들을 가리도록 했다.  

    

가평에 온 지 한 달 가까이 되고 겨우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할 때 태리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당시 하루 세끼 사료로 식사를 준비해 주는데 사료를 보고 달려드는 바람에 무심코 “기다려”를 시키고 앉히고는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기다려” 하면 정말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태리가 태어난 지 만 3개월이 되어 이제 막 똥오줌을 가리기 시작할 때 어설프지만 약 10개에 가까운 명령어를 수행했다. 당시 태리 유튜브에 올렸던 동영상이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의 일치이거나 습관이 되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앉아”를 시키니 그것도 금방 따라 했다. “일어서”를 시켜도 따라 하고 “엎드려”, “기다려”, “돌아”도 따라 했다. 조금 더 나아가 "브이" “메롱”, “하이파이브” 같은 것도 어설프지만 잘 따라 했다.      


만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릴 적 기르던 셰퍼드는 만 6개월이 될 때까지 ‘앉아’ ‘일어서’밖에 하지 못했는데...     


이제 대소변도 간신히 가리는 아이가 열 개에 가까운 명령어를 수행해 내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글씨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터무니없게도 A4용지에 ‘엄마’, ‘아빠’, ‘누나’라고 적어서 태리가 글씨를 판별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까지 했다.    

 

하여튼 태리가 중요한 명령어를 모두 해낸 것은 정확히 태리가 만 3개월 되던 때였다.    

  

“천재견이 나타났다.”                    

이전 04화 태리 친구 ‘복돌이’의 행방불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