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잎은 이슬보다 더 맑다.
초록잎은 바람보다 더 시원하다.
초록잎은 별빛보다 더 반짝인다.
길을 걸을 때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람보다도
아침 산책길 1시간 정도 걷노라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그때 어디선가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초록 잎사귀들이 먼저 춤을 춘다. 잎사귀들을 보며 곧 바람이 내게도 오겠구나 생각한다. 바람보다 먼저 시원함이 나를 찾아온다.
별빛보다도
저녁 산책길에 건널목에서 신호에 맞춰 멈춰 설 때가 있다. 앞만 보며 걷던 내가 그때서야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본다. 가로등 아래 불빛 사이로 반짝이는 초록 나뭇잎들이 그렇게 빛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도시에서는 이제 별보다도 나뭇잎이 더 빛나는 것 같다.
이슬보다도
비 온 뒤 산책길은 말 그대로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잎사귀에 묻어 있던 먼지들이 씻겨 내려간 덕인지 초록은 한층 성숙한 초록이 되어 있고, 연두는 더 생기로운 연두가 되어 있다. 싱그러운 초록잎들을 보며 걷노라면 내 마음도 말갛게 씻겨 내려간 기분이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꽃잎 색깔에 맞춰 나의 옷도 밝은 색으로 바뀌고, 꽃잎이 흔들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들썩들썩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꽃보다도 초록잎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름 모를 풀, 나뭇잎, 새싹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기 몫의 더한 것을 해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