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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천륜일까?

현대는 핵개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쓸쓸한 시대인가?

by 작가 지상

새로 나온 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문학수첩, 2025)는 제목이 좀 시니컬해 보인다. 가족은 하늘에서 주어진 천륜, 인륜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람이더라는 이야기..... 사람 하면, 결국 다 자기 생존부터 생각해야 하는 동물적인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


살아가면서 그런 거 다 느끼지 않나? 부모자식, 형제자매... 다 어릴 때에 따스한 거지, 살아갈수록 결국 각자도생, 자기밖에 안 남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안에 깃든 따스했던 가족의 추억은 오래가고, 그것이 삭막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가족은 참 묘한 거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사랑과 기대와 배려... 동시에 배신감... 그 배신감을 받는 것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또 주고 있고...


그러나 제목을 통해 내가 전달하려던 의도는 그러니 가족도 다 쓸데없는 관계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핵개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이 시대에는 자기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지 못하면 민폐를 끼치게 되고,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이란 의미 속에는 '동물적이고 이기적인 속성'부터 '천사 같고, 거룩한 신성'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밑에서부터 위까지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고, 개인의 일이지 사회나, 집단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라는 것.


나는 생각할수록 개인주의자다. 이기주의자라는 뜻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우선 '자기'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개인주의자'다. 개인이 각성하고, 스스로 성찰하면서 나부터 변할 때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 세상이 그래도 반경 1백 미터 안은 밝아진다는 것... 그런 것을 믿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만 실천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 단, 악, 타락, 방탕, 거짓말, 위선, 윤리와 도덕의 타락... 이런 것에 대해서는 더욱 각을 세우고, 철저히 배척하고 있다. 그런 자들, 그런 세력들에게 마음을 주거나 흔들리면, 결국 자신이 그렇게 되니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각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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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나의 글과 삶이 저 언덕 너머를 향해서 갔으면 좋겠구나. 그곳이 어딘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저 언덕 너머의 세계로 가면 모든 고통과 고뇌에서 해방될 것만 같다. 불교에서 말하는 피안의 세계일까? 어쩌면 헤테로토피아 같은 곳이겠지. 이 세계에 있지만 숨어있는 다른 세계. 그 세계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내 안의 더듬이로 발견해야 한다. 아주 여리고 여린 더듬이로. 어린아이와 같은 감수성으로, 빈 마음으로... 그것은 결코 거시적인 프레임으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은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굴레일 뿐, 헤테로토피아는 미시적인 세계 속에 숨어있다. 그것을 보려면 내가 먼지가 되어야 한다.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의 눈빛과 한숨과 표정에 달라붙어야 한다. 거기서 나오는 글이 소설이 되든, 시가 되든, 잡글이 되든, 외마디 비명이 되든, 한숨 어린 독백이 되든 상관없다. 이제 나는 그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내 인생이 해피엔딩이 되지 못해도 괜찮다. 그것에 집착하면 나약해진다. 어떤 운명이든 사랑할 것이다. 운명이 가자는 대로 가면 된다.... 지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나와 다른 별이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한다. 무조건 그녀가 잘되기를 바란다. 유진이도 행복해져야만 한다.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 나는 먼지가 되어 둥둥 떠다닐 것이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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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운 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문학수첩, 2025)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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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예스 24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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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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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지상 - 교보문고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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