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에 나온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지훈씨가 이야기했던 헤테로토피아가 생각났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가 말했다는 헤테로토피아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와 달리, 실제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른 세계'다. 다만 그것은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은밀한 세계다. 어찌 보면 인간은 늘 헤테로토피아를 찾아다니는 존재다. 그런데 페소아는 현실 속에서 다른 세계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헤테로님을 쓰면서 자신을 '다른 인간'으로 만들 버린 후,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았다. 자기를 해체하고, 자기 안의 수많은 특성을 각각의 개별적 인물로 창조한 그의 스타일은 요즘 같은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다. 현대인은 파편화되고 있다. 거대 담론과 이데올로기가 무너졌고 현대인은 성 정체성이든, 사회적 정체성이든, 개인적 주체성이든 파괴되고 해체된다.
(지상의 장편 소설 '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문학수첩, 2025, p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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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포르투갈에 다시 가면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흔적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다. 30여년 전, 처음 포르투갈에 갔을 때는 그에 대해서 전혀 몰랐었다. 아니, 포르투갈 가이드북은 물론, 인터넷도, 정보도 없던 시절이었다.
요즘에 와서야 그의 번역된 책들, 특히 '불안의 서'를 통해서 그에 대해 많이 알았고, 나는 작중 인물 지혜를 통해서, 그녀의 포르투갈 여행과 '페르난두 페소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책은 여행기가 아니지만, 앞으로 포르투갈 여행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정보 차원이 아니라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에 대해서 아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두 번째 나의 장편 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는 여행을 주제로 한 소설은 아니다. 1인 가족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 혹은 가족 해체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며, 가족간에도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되는 이 시대에 과연 어떻게 핵개인으로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과 방향이 담겨 있다. 또 그것을 넘어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미셸 푸코는 '헤테로토피아'에 대해 철학적, 사회학적으로 접근했고, 학문적으로 분석했다. 나는 소설에서 미셸 푸코의 이야기를 반복한 것은 아니다. 그의 내부에 있는 근원적인 갈망을 나의 식대로 해석했다. 사회학적 분석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도사린 '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근원적인 갈망으로 파악한 후, 자신을 넘어선 그 세계 -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 세계에 도사린 다른 세계- 를 보려면, 여린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것은 나의 체험이기도 하다. 또 많은 시인들 예술가들도 그런 체험을 할 것이다. 상처를 받거나, 깊은 슬픔 속에 있거나, 혹은 전혀 다른 낯선 세계를 접할 때 그것이 보인다.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다른 세계를 보려면 고독과 고립과 은둔이 가끔 필요하다. 세상의 정보, 뉴스, 관계에 휘둘리면 그것을 보기 힘들다. 보이지 않는다. 머릿속에 누구나 다 함께 하는 '그런 것'들로 꽉 채워져 있기에... 자기만이 접하는 은밀한 '다른 세계'가 보일리 없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디지털이 광풍을 떨치는 세상에는 '책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세상이다. 모든 것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에 떠야 소비된다. 책맹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나도 한때 책맹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시대가 그랬으니까...그러다 내가 그 좋아하던 책들을 '잡지조차' 못하고, 몇줄의 글도 '읽지조차' 못하는 호흡 짧은 인간이 되면서...동시에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내고, 성급하게 판단 내리고...주변의 상황에 휘말리는가를 보면서...아, 전두엽이 파괴되고 있구나,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후부터 독하게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힘들었다. 그러나 읽고, 또 읽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들어 치매 걸리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 한동안의 세월이 지나자 글 한줄에서 오는 수많은 감정과 상상이 나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가를 다시 체험하면서, 나는 젊어져 갔다. 육신은 늙어가고, 세상에서도 초라해져가지만 나의 정신은 더욱 풍성해지고, 부유해져 갔다. 책의 힘, 독서의 힘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옛날처럼 어렵게 글을 쓰면 읽히지 않는 시대다. 그래서 나는 늘 쉽게 읽히게 하려고,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야겠다는 결기를 갖고 썼다. 여행기든, 소설이든...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쓸 이유가 없는 것기에.
요즘 가끔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본다. 멋있다. 물론 나도 읽는다. 서울 국제도서 전시회가 지금 열리고 있다. 일요일까지 인 것 같다.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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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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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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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지상 - 교보문고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