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한 기운이 넘쳐 흐른다
나의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늘 2025, 서울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에 빙의한 느낌. 여자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나와 현실을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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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지혜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오전 10시 반인데도 매표소에서부터 줄은 뱀처럼 휘면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한 시간 후에야 그녀는 입장할 수 있었다. 전시장은 엄청난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부스가 들어섰고 대형 출판사 부스에는 사람들이 줄이 늘어졌다.....축제 분위기였다.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책을 들고 줄을 서있는 독자들을 지혜는 멀리서 바라보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지혜는 쓸쓸했다. .....어느 작은 출판사들의 공동 부스에 크게 적힌 글 앞에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츨판의 미래? 몰라. 우리가 미래를 알고사냐? 모르니까 사는 거지. 세상이 망하든, 말든 우리는 끝까지 책을 지킨다. 오늘 밥 먹고, 지금 눈 뜨고 있으면 되는 거야. 전 국민이 책맹 탈출하는 그날까지 달린다! "
지헤는 전율을 느끼며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전시관에서 나온 지혜는 근처의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직 버티고 있구나. 지혜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pp 156-157-7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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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내 소설 속, 여자 주인공 소설가 지혜의 독백이지만, 사실 내가 작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 가서 목격하고 느낀 것들이다. 오후 2시 반, 평일이었지만 그래도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도 보였다. 나는 고맙게도 65세 이상이 무료라 표를 입장 팔찌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긴 65세 이상의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노안에, 백내장에...눈이 침침할 때니까. 그래도 주최측에 고마울 뿐이다.
들어가니 '인공지능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둑 기사 '이세돌'과 유튜버 '궤도' (나도 종종 재미있게 본다.)이 나왔다. 알파고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사람'. 나도 그때 이세돌의 한 수에, 알파고가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고 기뻐서 펄쩍 뛴 사람이다.
축제 분위기다.
이번 북페어 주제는 '믿을 구석'인가 보다.
세상의 끝에서 우리는 시작을 만납니다.
이곳에 오면 종종 가슴에 담고 싶은 글들을 볼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을 버티게 하는 '믿을 구석'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푸근해진다.
거기까지 가기가 ...책을 손에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휴대폰, 컴퓨터만 보면 생각이 얕아지고, 짧아진다. 내가 다 체험한 것이다. 계속 휴대폰만 보면, 점점 생각의 폭이 좁아지면서 틀림없이...틀림없이...치매가 온다. 내가 몇년 전에 우려했던 거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전두엽이 망가지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책에 관심이 있었던가?보는 사람들마다 다 사랑스럽다.
매번 올 때마다 그 열기를 느낀다. 내 주관적인 생각, 느낌이지만...아니 객관적인 것이겠지만, 서울 국제도서전에 오는 사람들, 서점을 오가는 사람들은 얼굴에 선한 기운과 지혜와 성실성, 똑똑함이 넘쳐 흐른다. 그리고 서로 예의가 바르다. 그런 사람들만 모여서 그런다. 부스를 거니는 동안 본 출판사 직원들도 다 그렇다. 그들을 보고, 느끼면서 흥겨워졌다. 얼굴에 미소가 어리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오래간만의 외출. 사람 안만나고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긍정적 기운과 희망과 에너지가 감도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도 서울 국제 도서전은 꼭 와봐야겠다. 여느 여행지, 관광지보다 더 좋고, 밝고, 신나는 곳이다.
이곳에 참여한 수많은 출판사들이다....다 보여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내가 책을 냈던 출판사들도 어쩌다 보여서 반가웠고, 외국 출판사 부스도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문학수첩' 부스가 나왔다.
역시 문학수첩은 '해리포터'다. 해리포터는 이미 고전이 되었다. 그것은 앞으로 세월이 가도 '백설공주'처럼 계속 그 명성이 이어질 것 같다.
문학수첩에서는 환타지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책들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순수문학 소설도 발간하고 있다.
얼마 전에 직접 사서 본 퇴역로봇, 사물의 메시아, 여기까지 한 시절이라 부르자...그리고 내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인카페'와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반가웠다. 그동안 여행기나 에세이를 26권 내왔지만 국제 도서전 자리에 전시된 적은 없었다. 뿌듯하고 감사했다. 이 좋은 기운이 넘치는 곳에 전시되어 있으니...얼마나 좋은가?
그 뒤에는 이런 소설, 에세이들이 있었고, '달 드링크'라는 환타지 소설이 보였다.
영미권, 러시아, 폴란드, 태국에서도 번역되었다는 것을 보니 흥미가 당겼다. 책 표지도 예쁘고...나는 이런 젊은 기운이 넘치는 책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야 한다. '달 드링크 책'을 보는데 출판사 직원이 나에게 책을 보여주며 말을 붙였다.
"저기 이 책도 참 좋은 책이에요. '무인카페'와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인데요 선생님 같은 분이 좋아하실 거에요..."
ㅎㅎㅎ...뭐라고 말해야 하나. 내가 썼다는 뜻으로, 손으로 내 가슴을 치니...
"아, 네 선생님 연배가 좋아하실 만해요. 분위기가 잘 맞을 것 같아요."
"아...제가 그걸 쓴 작가에요. 하하하."
"네?!"
ㅎㅎㅎ...이런 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장면이 나왔다. 출판사 직원이 당황하면서도 반가워했다.
"이 책, 제가 디자인 한 거에요. 제가 참 재미있게 읽었고, 우리 아버지도 참 좋아하세요. 그리고 여기 소설에 나오는 빠이도 저 가봐서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하하하."
고마웠다. 예쁜 책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기도 하지만, 이렇게 손님에게 '나의 책'을 권해주는 그 정성이 얼마나 고마운가?
"재미있게 읽었다니, 다행이네요. 나는 나이가 든 상태에서 젊은 사람들 분위기와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 30대인데도 재미있게 읽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아주 좋았어요. 하하. 작가에게 작가의 책을 사라고 권유하는 이런 장면... 하하, 언젠가 소설 속에 에피소드로 나오는 거 아니에요. 꼭 써주세요. 하하."
밝고 액티브한 여성이었다. 나중에 보니, 다른 고객에게도 다른 책을 열과 성을 다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소설을 쓰다 보면, 이런 작은 에피소드들이 언젠가 튀어나오게 되고, 작은 에피소드가 발전해서 큰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도 그렇고 '무인카페'도 그랬다. 소설의 묘미다.
사실, 내 책을 잘 편집해준 젊은 편집자도 만나고 싶었지만 좀 망설였다. 사실 책 내는 과정에서 만나보지도 않고, 이메일, 전화로만 소통해서 누구인지도 모르는데다가 누가 소개해주는 것도 아닌데, 나 뭐 쓴 작가인데 누구 어디 있나요...하면서 물어보기도 머쓱하고...사실, 우연에 의해서 디자이너도 만난 거지...... 그래서 마음 속으로만 감사하면서 돌아섰다. 거기에는 '나이 든' 사람으로서의 조심스러움 같은 게 있다. 내가 옛날에는 이처럼 소극적이지 않았는데...어느샌가 나는 조심스러운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자꾸 나대면 젊은이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그냥 존재감없는 바람없는 노인이 되고 싶을 뿐.... 그러다 보니 적극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지...나도 잘 모른다. 노인은 처음이라서...
어쨌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고맙고 보기 좋았다. 어느 출판사든 거기 나와서 책을 만들고, 홍보하는 성실한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젊은 작가들도 잠깐 만났다. 문학수첩 대표를 잠깐 만났는데, 젊은 작가를 소개시켜주어서 잠시 인사를 했다....아마도 20대 후반, 30대 초반...풋풋한 젊은이...그냥 보는 것만 해도 흐뭇하다.
사실, 나는30여년 동안 여행작가로 살았고 여행만 주제로 쓰다 보니 소설쪽은 초보자다. 소설도,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교류한 적도 없고...그냥 방구석에서 혼자 삽질했다. 그래서 써 놓고 나서도 '이게 소설이 되는 건가?'하는 의문도 들고 '내가 제대로 가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고, 80살 생존율이 30%라는데...그럼 나도 10여년 후에 갈 확률이 70%이며,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은 70대 중반 즉 5, 6년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또 작년에 약 1년 동안 무릎 관절이 아파서 절뚝거리며 다녀, 기분이 푹 가라 앉았었다. 부지런히 쓰고, 읽으면서도 가슴에는 우울함 같은 것이 짙게 배어 있었다. 시드는 꽃처럼....그런데 나보다 더 연세가 있으신 문학출판사 대표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전번 보았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진 것 같아요."
내 생각에 여기 국제 도서전에 와서 그런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몸에 기운이 빠지고, 어딘지 자신감이 없었는데...이런 곳에 와서 좋은 기운을 받고, 젊은 작가들을 보고, 젊은 출판사 직원들의 밝고, 싱싱한 기분을 접하니 나도 얼굴이 밝아진 것 같다.
사람은 기운에 살고, 기운에 죽는다. 밝고, 희망찬 기운을 맛보면 얼굴도 밝아지고, 기운도 나고 나쁜 기운 받으면 사람이 시들어버린다.......그럼 나처럼 늘 혼자서 골몰하며 사는 사람은 어떻게 되나? 나름대로 고독력을 쌓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가끔 이런 좋은 기운을 맛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비슷한 길을 가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기운을 나누는 것도...좋을 것 같다. 글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두엽이 망가지지 않고 싱싱한 사람들 아닐까? 이 시대에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저자 사인회도 한다니 관심있는 분들은 가보시기 바란다. 이미 다 지나갔고 이번 주 일요일날 '윤동주, 달을 쏘다'의 저자가 사인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문학수첩 부스에서 책 세 권을 샀다. 하나는 반연간 문예지 '문학수첩'...이 책에는 문학수첩을 통해서 등단한 작가들의 단편, 중편이 실려 있다. 그리고 '달 드링크'와 '방구석 가드닝'이란 책을 사왔다. '방구석 가드닝'은 j컨테이너 텃밭이나 방에서 화분으로 키울 수 있는 식물들과 키우는 요령을 소개한 책인데, 가지, 감귤류, 감자, 강황, 고구마, 고수....이런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아니, 이런 것도 화분으로 키워 먹을 수 있나? 훗날을 위해서 샀다. 사실, 그옆에 있는 프랑스 파리의 매력, 즉 관광지가 아니라 수공예품 전시장 등...숨어 있는 매력을 발견한 책도 인상적이었는데...내가, 다시 파리에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파리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런 책 사갖고 가서 하나하나 돌아보면 색다른 여행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도서 전시회에 가면 사고 싶은 책들이 많이 보인다. 결코 인터넷을 통해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책들이 많이 보인다.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수많은 출판사 부스를 돌며 수십권을 사도 아깝지 않을 책들이 종종 보였다.
삼성 코엑스역을 향해 걷다가 '악마의 문'이란 술집을 보았다. 이름이 별로지만, 맥주가 50% 할인이란다. 평일 3시에서 6시 사이에...술은 공식적으로 끊었지만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기분이 좋아서였다.
안주는 없이 맥주만 마셨다.
오늘 산 책들을 늘어 놓은 채 술을 마시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좋은 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 나는 초보 소설가이다보니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서 더 가슴이 두근거린다. 글이 나를 다시 젊게 만들고 있다. 육신은 계속 기울고 있지만 글자를 통해서 형성되는 감정, 상상력...이런 것들이 나를 신바람 나게 한다.
이제 '플라톤의 국가론'이 조금 있으면 필사가 끝난다. 다섯 번을 읽으며, 2400년전 그리스 아테네를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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