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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탐구7-시간 분절,라이프스타일

시간의 분절이 부르는 불안, 두려움, 공포...

by 작가 지상

인디언 호피족은 시간을 심장의 리듬으로 보았다던가...쿵쾅쿵쾅...내 심장의 소리를 들어본다.


문득 드는 생각.


흔히 사람들은 오직 현재만 있다고 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맞는 것 같아서 오랜 세월 동안 속았다. 그런데 요즘 와서 의문이 든다. 현재는 모호하며 오로지 과거와 미래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우리 머리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과거는 확실히 일어난 후, 내 머릿 속에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고, 미래는 상상과 추측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피부로 접촉하지...아주 미세한 그 찰나같은 시간은 휙 지나간다. 찰나는 머리에 기억될 시간도 아니다. 그러므로 머리는 그 순간을 다만, 감각에 의해서 감지하고, 기억에 의해서 인지하니...즉 과거를 인지한다. 그러므로 현재는 모호한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현재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사건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쿵쾅거리는 리듬으로 느끼게 된다. 즉 현재는 영원히 모호하며, 다만 과거와 미래만 생생하게 우리의 머릿속에서 요동친다. 하지만 분명히 눈앞에서 스쳐지나가는 현재는 우리의 기억이나 상상으로 잡을 수 없다. 흔히들 현재를 보라고 하지만, 현재는 잡히지 않는 거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 놀이'를 통해, 현재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현재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옛날 선각자들이 그런 놀음에 빠지지 말라고 한 것 같은데... '현재를 보라'는 것은 '붙잡을 것이 없고,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놀음 자체가 삶인데, 어쩌라고? 백번 더 양보해서 놀음이 놀음이란 것을 인식하라고 하지만, 우리의 습은 깊고도 길다. 그러니, 종종 술을 마시며 혼절하고 싶은 거지. 도대체 인간이 뭐냐, 시간이 뭐냐, 세상이 뭐냐...하면서.


요즘엔 시간의 분절을 다 부숴버리고 싶다. 통합은 불가능하고, 해체를 해버리까? 근대 문명은 사람들을 분절된 시간 속에 가둬 놓았다. 아침에 몇시에 일어나고, 출근하고, 밥먹고, 퇴근하고...그 시간의 분절 속에서, 인간관계의 분절, 기억의 분절, 관념의 분절이 일어난다. 그 분절 속에서 외로움, 소외감, 갈등이 발생한다. 자본주의 비판...물질 문명 비판도 다 의미있지만, 내가 보기에 근원적인 것은 시간의 분절에서 온다. 특히 근대 문명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옛날은 안 그랬나? 어머니 뱃속에서 분리되어 나와, 이 세상에 던져지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이 분리되고 분절되는 세상 속으로 들어온 거다. 그리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그 세분화는 더 심해진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더 감각에 미치는 거다. 잊고 싶고...쾌락에 취하고 싶고, 섹스에 탐닉하고, 급기야 마약에 손을 대고...분리, 분절의 아픔이 싫어서...도피하고 싶어서...그렇게 살다가, 가는 것...그것이 허무한 인생인가 싶어서, 몸이 아플수록 우울해지는 거다.


그러니 빛은 이제 이 분절, 분리된 시간, 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분절되지 않은, 통째로 존재하는 영혼과 의식에서 온다. 날이 갈수록 구라같은 플라톤의 이데아, 참존재의 세계가 자꾸 다가오는 이유다. 물론, 영혼과 의식도 분절, 분리가 침투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림자로서만 남는다. 그림자가 걷히면 빛이 드러난다. 반면에 몸은 무너지고, 결국 썩어 간다.


요즘 나의 화두는 분절, 분리 속에서 시작된 불안, 허무, 두려움, 공포, 소외감에 저항하는 거다. 완전히 없앨 수 있겠나? 저항하는 거지...그런데 가장 근원적인 것이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로 다가온다. 몇 시에 뭘하고, 몇시에 어떻게 하고...그런 건실한 분절, 분리의 행위가 아니라...인디언 호피족처럼 시간을 심장의 소리로 대하며, 어떻게 한다든지...그런 것...그것 역시 실험인데...실험하다보면 뭐가 나오겠지. 물론, 그것도 징검다리의 돌 하나일 뿐.


그러니 계속 실험, 실험, 실험이다...실험하느라...세상의 불안, 공포, 허무, 두려움, 소외감을 잊고 산다. 없어졌냐고? 그럴리가...그건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계속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애당초 완벽한 세계를 원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걷어찼다.


올 테면 오라...상대해 주마...그러면서 실험, 실험, 실험...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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