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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숙 Jul 25. 2024

잭 런던의 <하와이 이야기>  배경지 빅아일랜드 1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 빅아일랜드


조카의 결혼식을 하와이에서 치른다는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내심 기뻤다. 하와이를 갈 수 있다니,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그동안 이민 간 오빠가 사는 워싱턴 지역은 여러 번 다녀왔다. 그러나 하와이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울긋불긋한 꽃무늬 티셔츠, 와이키키 해변, 훌라춤이다.     


하와이는 왠지 신혼여행을 떠나야 할 낭만적인 곳으로만 각인된 탓일까?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 목록에 하와이는 없었다.


빅아일랜드 휴양지

결혼식에 초대하는 손님은 신랑 측과 신부 측 친구들과 양가 부모 합해 40명 인원이 다였다. 양가 부모 외에 일가친척은 아무도 없고 나머지는 모두 친구들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조카는 사고방식도 미국식이다.


결혼식 장소는 빅아일랜드였다. 그제야 나는 여행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 여행은 결혼식이 우선이고 여행은 뒷전이다.

  

하와이 제도는 총 13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와이에 이렇게나 많은 섬이 있었나?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다. 그중 주요 섬이 8개이며 빅아일랜드는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다양한 기후대와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이곳에는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푸날루우 블랙 샌드 비치, 마우나 케아 천문대 등이 주요 명소였다. 나는 지도를 보고 동그라미를 치며 열심히 공부했다.

    

발코니를 보니 밤새 많은 눈이 내렸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워싱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오빠 식구와 합류한 후 빅아일랜드로 가야 했다. 출발하려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밤새 하얗게 눈이 내렸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공항으로 갔다. 다행히 비행기는 정상 운행되었다.


워싱턴에서 빅아일랜드로 직항하는 비행기가 없어서 덴버에서 갈아탔다.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코나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게 공항이야? 할 정도로 아담했다.


빅아일랜드 코나 공항, 단층 건물이 아담하다.


간단한 입국 검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게이트를 통해 나가면 바로 바깥이었다. 렌터카를 찾아 오빠가 예약해 놓은 에어비엔비로 이동했다.

 

게이트를 나가면 바로 비행기가 있다.


황량한 허허벌판 빅아일랜드


빅아일랜드의 주요 도시는 힐로(Hilo)와 카일루아-코나(Kailua-Kona)다. 숙소는 코나 쪽이어서 19번 고속도로를 탔다. 도로 왼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검은 현무암과 거친 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참을 달려도 사람이 사는 곳보다 빈 땅이 더 많았다.


몇 시간을 달려도 풍경이 똑같다.


빅아일랜드의 면적은 제주도의 5배에 이른다고 한다. 제주도 인구가 23년 6월 기준으로 67만여 명인데 빅아일랜드의 인구는 20만 명을 겨우 넘는 정도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관광업과 농업,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면에서 빅아일랜드는 제주도와 많이 닮았다. 제주도 한라산처럼 섬의 중앙부에 4,000m 이상의 거대 활화산인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가 솟아 있다. 또 빅아일랜드의 용암 지대와 제주도의 용암 동굴(만장굴 등)은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지역 모두 연중 온화한 기후를 유지하며 기온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


빅아일랜드의 기후 특징은 화산 폭발로 인해 상공으로 올라간 화산재가 햇빛을 차단하고 있어서 평균 기온이 내려간다. 그 덕분에 열대와 툰드라 기후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또 빅아일랜드는 마카다미아넛과 코나 커피가 유명한데 제주도는 감귤과 한라봉 등 농작물을 재배한다. 그리고 두 섬 모두 아름다운 해안선과 해변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아무튼 빅아일랜드에서 받은 첫 느낌은 광활하다생각이었다.          


잭 런던의 <하와이 이야기>


잭 런던(Jack London)의 <하와이 이야기(Tales of Hawaii)>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여러 단편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이 단편들은 그가 하와이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와 자연, 문화, 사람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중 빅아일랜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단편은 다음과 같다.  

   

<펠레의 집(The House of Pele)>

“빅아일랜드에는 강력한 마우나 케아와 마우나 로아가 조용한 감시자처럼 서 있었습니다. 그들의 경사는 고대의 용암 흐름과 울창한 식생으로 덮여 있어 섬의 불같은 기원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펠레의 집은> 빅아일랜드의 화산과 관련된 여신 펠레의 전설을 다루고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


<하와이의 심장(The Heart of Hawaii)>

“빅아일랜드의 다양성은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푸날루우의 검은 모래 해변에서부터 힐로의 푸르른 열대우림, 그리고 생명이 깃든 듯한 킬라우에아 화산의 다른 세계 같은 풍경까지 말이죠.”     


<용암의 땅(The Land of Lava)>

“빅아일랜드의 거친 지형을 횡단하면서, 우리는 과거 분화의 잔해들을 만났습니다. 용암 지대는 시야가 닿는 곳까지 펼쳐져 있었고, 섬의 끊임없는 생성과 변화를 상기시켰습니다.”

 

*이 단편은 빅아일랜드의 용암 지대를 탐험하며, 과거 화산 분화의 흔적과 섬의 지형 변화를 기록한 이야기다.

  

<레퍼(The Leper)>

“우리는 빅아일랜드의 카일루아의 고요한 만으로 항해해 들어갔습니다. 저 멀리 마우나 로아의 웅장한 화산이 구름에 종종 둘러싸인 채로 서 있었습니다.”     


이 네 개의 단편 소설은 빅아일랜드의 다양한 풍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빅아일랜드의 독특한 지형, 화산 활동, 열대우림, 그리고 해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하와이의 자연적이고 문화적인 풍부함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내가 잭 런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야성의 부름>(1903)이다. 이 소설은 골드러시 시대알래스카를 배경으로, 개 ‘벅’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투쟁을 그렸다.      


골드 러시는 상업적 가치가 있는 금이 발견된 지역에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하였던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 결과 새로운 지역에 이주민 정착촌들이 건설되었고, 이주민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다. 물론 빅아일랜드에서는 미국 서부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골드러시는 없었다.     


<야성의 부름>은 캘리포니아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애완견으로 평온하게 살던 ‘벅’이라는 이름의 개가 알래스카로 보내지면서 야생의 본능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평온하게 살던 벅은 어느 날 납치되어 북극 지방으로 팔려가 썰매견으로 일한다. 처음에는 혹독한 환경과 가혹한 주인들에게 고통받지만, 점차 야생의 본능을 되찾아가며 강인한 썰매견으로 성장한다. 벅은 여러 주인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동안 그의 마지막 주인인 존 손튼을 만나게 되고, 둘은 깊은 유대감을 갖는다.     


그러나 손튼이 죽자 벅은 인간 사회와 완전히 단절하고 야생으로 돌아가 늑대 무리의 일원이 된다. 벅은 자신의 야생 본능을 되찾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자유로운 야생에서 살아간다.



썰매견


<야성의 부름>은 인간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동물의 여정을 통해 자연의 강력한 힘과 본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런던의 생생한 묘사와 강렬한 스토리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개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극한에 빠진 인간의 모습과 다름이 없어 ‘벅’이 개라는 느낌보다 사람처럼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잭 런던(Jack London, 1876년 1월 12일 ~ 1916년 11월 22일)은 미국의 소설가, 기자, 사회 운동가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활동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주로 자연과 인간의 투쟁, 생존, 모험을 주제로 하고 있다.     

런던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가난과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독서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며 지식을 쌓았다. 뒤늦게 공부하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 입학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퇴했다.     


젊은 시절 여러 모험의 경험은 그의 글쓰기의 중요한 영감이 되었다. 특히 클론다이크 골드러시(Klondike Gold Rush)에 참여하면서 북극의 혹독한 환경을 체험했다. 이 체험은 유명한 소설이 된 <야성의 부름><하얀 송곳니>의 배경이 되었다.     


런던은 러일 전쟁을 취재한 전쟁 기자로도 활동했다. 그의 기자 활동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사실적인 묘사로 높이 평가받았다.     


잭 런던은 1916년 11월 22일 캘리포니아주 글렌 엘렌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신장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인의 노을 맛집 호늘스비치(Honl’s Beach)


아침 일찍 일어나 커튼을 여니 바다가 보였다. 아침형 딸이 먼저 일어나 있었다.

   

“산책 갈래?”     


언제 일어났는지 커피까지 내려놓은 딸이 순순히 따라나섰다. 우리는 세수도 하지 않고 산책을 나섰다.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바닷가 쪽을 향해 걸었다. 숙소에서 나와 길을 하나 건너니 바다가 보였다.     

    


바닷가를 가는 길, 눈길을 어디에 두어도 온통 꽃이다.


도로에도 꽃이 매우 많았다.


“와, 바다다.”


바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었다. 길가에는 꽃들이 무수히 피어 아침 인사를 건넸다. 아침부터 꽃을 보며 산책하니 여유롭고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한적한 바닷가에 도착했다. 모래사장이 깔려 걷기 좋은 곳은 아니었고 검은 현무암이 많이 깔려 있어서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파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나중에 보니 이곳이 호늘스비치(Honl’s Beach)였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지만,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노을 맛집이었다. 파도가 높아 부기 보드와 서핑을 즐기기에도 아주 좋은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빅아일랜드의 노을은 환상적이다.


바로 옆에 멋진 리조트가 있어 걸어가 보았다. ‘코나 리프 리조트’였다. 이 리조트는 창을 열면 바다가 보였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예약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정원에는 멋진 나무와 꽃많았다. 노란 새가 풀밭을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녔다. 참새와 비슷한 크기인데 유난히 색깔이 노랬다. 귀여워서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바닷가를 바로 옆에 끼고 집들이 즐비하다.


“엄마 이제 가자.”


정신이 팔려 갈 생각을 하지 않는 나를 향해 딸이 말했다. 숙소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넜다. 바로 앞에 ABC마트가 있었다. 마트를 보고 그냥 지나칠 딸이 아니었다. 얼떨결에 딸을 따라 마트로 들어갔다. 딸은 구경할 것과 살 것이 많은지 바삐 움직였다. 나는 좋아하는 마그넷 병따개를 골랐다. 딸이 티셔츠 두 장을 들고 와서 물었다.     


“엄마, 검은색이 나아, 아니면 흰색이 나아?”     

“네 맘에 드는 색으로 사.”     

“두 개 다 살까?”

“그러던지.”     


딸은 평소 옷을 사지 않았다. 자기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기에 지금도 사는 것보다 버릴 게 더 많다고 했다. 티셔츠 두 장을 산 후 마트를 나왔다.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엔비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은 후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차로 이동했다. 오후에는 배를 빌려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합류해 고래를 보러 가기로 했다. 신혼부부가 하객들에게 선물하는 이벤트였다.      



고래 보러 태평양 한가운데로 나갔는데…


배를 타고 2시간을 달렸는데 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날은 뜨겁고 햇빛을 피해 앉아 있어도 뱃멀미가 났다.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배는 계속 앞으로 달렸다.


뱃전에 앉아 있는 안내원이 고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래가 나타나면 위치를 알려준다.


갑자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 바라보니 저 멀리 고래 한 마리가 보였다. 배를 타고 이만큼 달려 나왔으면 커다란 고래 무리가 나타나 쇼라도 보여줄 줄 알았는데 기대 밖이었다. 그 뒤로도 1시간을 더 달렸다. 역시 고래는 보이지 않고 뱃멀미 때문에 속이 뒤집어졌다. 관계자에게 약을 달라고 도움을 청하니 귀마개 같은 것을 주었다.     


오른쪽 손잡이면 왼쪽 귀에 끼우세요. 그래도 괴로우시면 약을 드릴게요.”     


나는 오른쪽  손잡이라 왼쪽 귀를 막았다. 신기하게 귀마개를 하니 속이 조금 진정이 되는 듯했다. 멀미가 날 때 자신의 손잡이 반대 방향으로 귀를 막는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상식이었다.  다시금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래가 나타난 모양이었다. 나는 고래고 뭐고 하나도 반갑지 않아 눈을 감았다. 그 뒤로도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몇 번 더 들렸다. 아주 멀리 돌고래가 보였다고 했다.      


바다 색이 매우 진했다. 망망대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끝없는 망망대해, 아, 여기가 태평양 한가운데라는 게 믿기지 않다. 어디서든 고래가 튀어나오고 물아래에는 상어를 비롯해 물고기 떼가 환상적으로 몰려다닐 것이다. 뱃멀미 때문에 아무것도 즐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평소 뱃멀미를 해본 적이 없어서 괜찮을 줄 알고 약을 먹지 않았는데 처음 겪는 일이었다.      


배는 거의 3시간을 달려 태평양 한가운데로 나갔다가 드디어 회항했다.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오늘 고래 보는 행사는 실망스러운 정도였다고 한다. 신혼부부가 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배를 빌렸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배가 항구에 닿자 나는 제일 먼저 내렸다.


이렇게 멋진 고래를 기대하고 나갔는데 아쉬웠다.


저녁에는 결혼식 전야제 파티가 있었다. 미국 결혼식은 며칠에 걸쳐 치르는 게 신기했다. 신혼부부와 친구들은 각자의 일정을 소화해 가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해서 부산스럽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우리는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주에 계속>





잭 런던의 <하와이 이야기>


배경지 빅아일랜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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