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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오조오억 번 고민하다 씁니다. 당신을 위해.

by 미지수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발작이 왔고, 그건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심해졌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나는 1교시를 마친 후 조퇴해 엄마와 함께 예약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병명은 공황장애였다. 그런데 내가 겪었던 괴로움에 비해 선생님의 반응은 너무나도 평화로웠기에, 선생님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나는 주로 자기 전과 학교에서 발작이 왔고, 길면 30~40분 동안 지속되었다. 그동안 나는 울며불며 내 살가죽을 뜯어내고 싶은 기분을 참아내었으나 우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남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게 싫었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게 싫었다. 견딜 수 있어, 이 정도도 못 견뎌?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 이상, 표현하는 건 불가능했다.

사실 발작이 처음 온건 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원인이었다. 나는 지인의 프로필을 보고, 프로필에 있던 디데이에 관해 물어보았다. 무슨 디데이냐고,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거냐고. 그러자 나의 지인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아 알려줄 수 없다며 빙긋 웃듯이 거절했다. 한때 아주아주 친하다고 생각했던 지인이라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사이인걸.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 나는 알 수 없구나 하고.

그러나 그 디에이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지인에게 큰일이 날 것만 같았고, 그 디데이가 하는 의미를 알 것만 같아서, 나의 불안은 사라질 수 없었다. 그래서 집요하게 물어보았고, 결국 내 지인은 스리슬쩍 디데이에 대해 말을 흘렸다. 나는 배운 대로 -(나는 현재 또래상담부에 들어가 있으며, 또래상담과 상담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해 물어보았고,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는지 물어보았다. 나의 지인은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 같다고 했고, 쳇바퀴 굴러가듯 살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안타깝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고, 그 뒤로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빗발치듯 몰려왔다. 이를테면 아픈 건 나 하나로 충분한데, 같은 감정들. 그러나 이야기를 이어가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화가 났고, 끝내 발작으로 이어졌다.

지인은 나의 집요한 물음과 너스레에 결국 '그 디데이는 죽으려는 디데이가 맞아'라며 말해주었고, 나는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짐작이 갔던 결과인데 이상하리만치 손이 떨리고 마음이 휘몰아쳤다. 그때 나는 말했다. 우리가 전에 살아가기로 한 약속이 있지 않냐고, 이렇게 쉽게 저버릴만한 약속이냐고. 그러나 돌아오는 지인의 답변은 나를 참으로 오랜만에 뚜껑이 열리게 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게 지인의 답변이었다. 화가 났다. 나도 얼마나 죽고 싶었는데, 나도 얼마나 괴로웠는데, 나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얼마나 죽기 살기로 버텨냈는데, 어떻게 당신이 그런 말을 해? 아마도 배신감에 가까운 분노였던 것 같다. 여기서 나는 발작이 일어났다. 휴대폰을 내던졌고, 자해흉터가 자리한 내 손목을 쥐어뜯듯 연신 잡아 뜯었다. 귓가에는 계속해서 나를 욕하는 머릿속의 소리가 울렸고, 심장은 빠르게 뛰다 못해 터질 것 같았으며 눈물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거센 파도가 나를 몇 번이고 치고 지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30분 지났나? 서서히 괜찮아지더니 이내 머리가 멍해졌고, 감정은 메말랐다. 그러나 눈물만은 메마르지 않았다.

잘 자리에 눕기 전까지 나는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지인은 굉장히 혼란스러워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나 일단 사람을 살리는 게 나의 우선순위였기에. 나는 자기 전에 지인에게 중장문의 카톡을 남겼다. 지인은 여전히 왜 자신을 살리려 하냐고, 왜 이리 잘해주냐고 자기혐오에 가까운 의문을 품었지만 나는 말했다. 당신이니까 그러는 건데 이유가 필요하냐고. 아, 물론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을 잃기 싫었다. 나를 떠나는 사람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그랬을 때의 나의 괴로움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기에. 그래서 나는 지인과 그 일이 있고 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지인에게 장문의 카톡을 남겼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할 것 없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남기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살리고 싶었기에, 떠나는 게 싫었기에.

물론 그 후 며칠간은 정말 정말 괴로워 미칠 것 같았다. 하루에 몇 번씩 발작이 왔고, 그때마다 정말 죽을 것 같았기에... 그러다 보니 어찌어찌 공황이 왔다, 나에게로. 현재는 공황발작이 올 때마다 약을 복용 중이고,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빼놓지 않고 오는 공황이다.

세상이란 바다는 가끔가다 크고 작은 파도를 나에게 남겨준다. 그 파도는 때때로 나에게 커다란 돌덩이를 던지는데, 나는 매번 그 돌덩이에 상처받고 무너져 내린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살아버렸는걸.

나는 아직이니 작은 돌에도 무너지는 게 당연한걸.

나는 나의 지인을 너무나도 아끼고, 끔찍이도 사랑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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