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내가 했던 첫 번째 비행
내가 언제부터 밤이라는 시간을 좋아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되는 재밌는 기억이 하나 있는데, 어릴 적 나는 어둠이 무서워 밤이 너무너무 싫었다는 기억이다. 밤에 불을 끄고 나서 자리로 돌아가면 뒤에 누군가가 쫓아오는 느낌에 울면서 엄마의 품에 안겼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이 어둠을 무서워하듯, 나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어둠을 무서워했다. 밤마다 엄마 옆에 찰싹 붙어 자다가 동생이 태어나고 그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자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그러나 그간의 모습이 무색하게도, 4학년이 되어 도둑이란 누명을 쓰고, 5학년과 6학년 때 코로나를 겪은 이후에는 맨날 불을 끄고 지냈다.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불을 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러다가 몸에서 곰팡이 피겠다는 엄마의 말에도, 네가 어둠의 자식이냐던 아빠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이 불을 켜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6학년 겨울방학, 나의 첫 우울이자 비행이 시작되었다.
첫 비행의 시간도, 날짜도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선명히 기억나는 건 그 당시 나의 감각과, 겨울밤 냄새뿐이었다. 그날은 눈이 내렸고, 밖은 매우 추웠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나에게,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나에게 비행이란 우울이란 이름에서 나온 기록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지?'
'이렇게 살아서 내가 얻는 게 뭐지?'
'내가 왜 살아야 하지?'
이런 종류의 생각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우자, 나는 눈에 보이는 아무거나 집어 들어 내 양팔을 벅벅 그어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를 찾은 셈이었다. 내가 집어든 것은 얇은 심의 샤프였고, 곧 내 팔은 붉게 부어오르며 군데군데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가 떨어질 정도로 팔을 그어댔다. 샤프로 그어내기란 정말 쉽지 않고 아픈데도 불구하고, 나는 저런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에 지배되어 계속해서 팔을 그었다. 그것이 밤하늘 아래 나의 첫 비행이었다. 평생 하지 않았던,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자해가 나의 첫 비행이었다.
물론 다음날 엄마께 들켰다.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내 팔의 상태도 잊어버린 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매가 조금 올라갔고, 결국 엄마의 눈에 들고 말았다. 엄마는 내 소매를 팔꿈치까지 올려 양 팔의 선명한 상처들을 직접 확인하셨고, 나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냥 간지러워서 긁었다고 대답했지만, 이 말을 믿을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결국 약을 바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과를 찾았다. 그리고 곧 나의 두 번째 비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