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가장 어두운 별이고, 가장 밝은 빛이었어.
안녕, 내 십 년의 친구야. 네가 떠난 지도 벌써 사 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네가 떠난 후, 나는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일 밝은 별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건 오늘 밤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싶어. 너는 밤하늘을 좋아했고, 밝지 않은 별을 좋아했으니까.
그래서일까, 까마득한 하늘 아래 제일 어두운 별을 찾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네 웃음이 자꾸만 생각나는 거 있지? 언제 기분이 상할지 모른다며 사소한 일에도 곧잘 웃어주던 네 모습이 내 머릿속에 깊이 자리를 잡은 탓일까, 별을 찾던 나는 매일밤마다 네 생각을 하며 울다 웃길 반복 하며 잠에 들곤 했어. 그러나 이젠 그마저도 못 하게 됐지만 말이야.
앞서 말했듯, 너는 까만 밤하늘을 참 좋아했어. 모든 것이 덮여 사라질 것 같은 밤과, 그 사이를 아스라이 수놓는 별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관계라며 참 좋아했지. 그래서 나는 너의 웃음을 보려고 '별을 따다 줄게'라는 거짓말을 했을지도 몰라. 그럴 때면 너는 제일 어두운 별을 따달라고 했지. 나는 너의 말 중에서 '제일 어두운 별'이라는 말에 꽂혀 물었어.
"왜 제일 어두운 별을 따?"
"제일 어두운 별은 아무도 안 찾아줄 거 아니야. 다들 제일 예쁘고 눈에 띄는 별만 찾지."
"그게 왜? 그게 제일 일반적인 거 아니야?"
"나는 그 일반적인 사람이 되기 싫어. 어떻게 늘 빛나는 것만 보겠어? 그러니 나라도 찾아주고 싶은 거지."
이렇게 방긋 웃으며 말하는 너를 보고 나는 되려 할 말을 잃었어. 생각해 보면 나는 너의 말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질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아. 그만큼 너의 생각이 아름답다는 말을 넘어서서 신비로웠기 때문이겠지. 제일 어두운 별을 찾아주고 싶다는 너의 말이 얼마나 어여쁘게 들렸는지, 아마 너는 전혀 모를 거야. 내가 너의 병실에서 너에게 별을 따다주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네가 제일 어두운 별을 원했을 때. 어쩌면 나는 그때 너와의 미래를 약소하게나마 꿈꾸었나 봐.
네가 죽은 지 한 달 후, 나는 여느 때처럼 온 병원에 네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들었어. 내가 그럴 리가 없다며 부인하자 간호사는 곤란하단 표정으로 수간호사를 쳐다보았지. 그 후에 나는 네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 어쩌면 실감이 나지 않은 걸 지도 몰랐고 말이야.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렇게 밝게 웃던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렇게 어여쁜 말을 하던 네가 없다니... 마치 이 세상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지. 그래서 나는 밤하늘을 세며 조용히 숨죽여 울었나 봐.
"자, 봐봐. 여기 이 별 하고, 저기 저 별을 잇는 거야."
네가 병에 지쳐 힘들어할 때면, 너의 조그마한 손 위에 나의 손을 포개어 네가 좋아하는 별자리를 가르쳐 주었지. 그럴 때마다 너는 곧잘 웃으며 나에게 기대었어.
너는 새벽녘에 뜨는 샛별을 가장 좋아했어. 그래서 종종 잠에 못 드는 밤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샛별을 보겠다며 아예 밤을 새 버리곤 했지. 나는 네 몸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차마 그러지 말라고는 하지 못했어. 그 예쁘다는 샛별을 보는 너의 모습이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새벽의 모습이었거든. 그러나, 세상이 야속하게도 이젠 그런 네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네. 참 웃기지 않아? 나는 여전히 너의 손을 포개었던 그때의 온기를 기억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새벽의 시간마저 기억하는데 말이야.
그러나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어쩌면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어. 나는 아직 너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는데, 아직 너에게 사랑한단 말을 해 주지 못했는데, 아직 너에게 제일 어두운 별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아직 너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해 주지 못했는데. 그런데 너는 이미 가버리고 없었어. 하필 너의 생일날에, 내가 너에게 사랑을 속삭이려던 그날에. 너는 생각보다 고요하고 평소처럼 아프지 않게 떠났다고 들었어.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너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아름다워 보였어. 참 슬픈 사실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너는 전처럼 아프지 않게 네가 원하던 샛별이 되어 있었던 거야.
내 십 년의 친구야, 네가 떠난 지 사 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마냥 너를 그리워만 하지 않았어. 나는 너의 빈자리를 나의 기록으로 메꾸는 대신, 너의 흔적으로 채웠어. 네가 한 마지막 말, 기억나? '혹여나 내가 먼저 떠나도 마냥 슬퍼하지 말아 줘'라는 너의 말을, 나는 기억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나는 너라는 하나의 별이 아름다운 샛별로 자리할 때쯤이면, 밤하늘에서 제일 어두운 별을 따다가 너의 곁에 심어둘 거야. 모두가 보잘것없다며 비난을 할지라도, 나는 제일 어두운 별을 찾아내어 너의 곁에 묻어둘 거야. 그 어떤 어두움이라도 너의 곁에 가면 빛을 볼 수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너를 좋아했으니까.
그러니 내 친구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 친구야. 너는 제일 밝은 빛이 아닌, 빛을 볼 줄 아는 샛별이야. 이 말을 네가 떠난 뒤에 하게 되어서 미안해. 나에게 제일 어두운 별은 너였고, 제일 밝은 빛은 너였어.
그러니 잘 가, 나의 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