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늦어있었던 나
어느 날, 자꾸만 네 심장을 깨부수는 이가 있다고 들었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네 심장을 걱정했고, 나보다 더 아끼던 너를 깨부수는 사람을 증오했다.
또 다른 날은 잘 다려진 네 마음을 자꾸만 흐트러놓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었다. 너의 힘든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어와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을 또 증오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점점 야위어갔다. 마치 누군가가 너의 영혼을 갉아먹는 것 마냥 점점 앙상하게 변해갔다. 나는 네 걱정에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힘들어하는 네 모습이 눈에 비쳤고, 밥을 먹으려 하면 네가 좋아하던 음식이란 게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자꾸만 네 심장을 깨부수는 사람이, 잘 다려진 네 마음을 흩트려놓는 사람이, 너를 서서히 갉아먹어가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걱정만 한가득 하면서 정작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알아가려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들조차 나는 알지 못했다. 동시에 내가 너를 갉아먹어가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알아챘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