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왜 그렇게 봐?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입는 미지수

by 미지수

"나를 왜 그렇게 봐?"

저 말은 내가 한창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라던지 왜 그렇게 봐? 라던지. 엄마가 나의 자해와 자살시도 문제 때문에 나를 혼자 두지 않을 때, 동생과 놀다가 동생이 갑자기 울어버릴 때, 엄마는 늘 나를 똑같은 시선으로 보았다.

'네가 잘못했어.'

자꾸만 읽히는 그 눈빛에 어쩌면 나는 점점 약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다. 나를 욕하던지, 미치도록 싫어하던지,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속은 상하더라도, 많이 서럽더라도 괜찮다. 그런데 가족은 아니다. 가족들 앞에선 괜한 자존심 부리느라 괜찮다곤 했지만 속은 전혀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쳐다볼 때면 나는 그 눈빛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내 잘못으로 안 좋은 눈빛을 받으면 괜찮지만,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나, 내 잘못이 아닌 상황일 때 그런 눈빛을 받으면... 어우.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억울한 걸 말하고 싶어도 매정히 돌아오는 반응이, 냉정히 들려오는 대답이 다 보이고 들려서.

물론 나도 잘 안다. 엄마아빠가 나를 그렇게 안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껴준다는 걸. 나도 무척이나 잘 안다. 하지만... 사실과 감정은 다르지 않은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과 내가 속상하다는 감정은 별개이지 않은가.

그래서인가, 때때로 궁금하기도 하다. 나 역시 아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눈빛일지, 혹시나 내가 받은 눈빛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하나에 그렇게 민감하면서 정작 나는 그 시선을 돌려주고 있다면, 그건 아니니까.

나는 오늘 하루동안 사람들에게 어떤 눈빛이었을까.

혹시나 내가 아파했던 그 시선을 보내진 않았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너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