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듣든, 어디를 가든 최고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하찮은 것들끼리라도 언제나 1등은 존재하니까. 하다못해 어린아이들끼리도 마찬가지다.
학원에서 너덜너덜한 채로 집에 오는 길에, 최고라고 불리는 인물을,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입에 담아보았다. 며칠 전부터 보고 있던 웹툰이었다. 이유는 정말 하찮다. 괜스레 나도 1등이 된 것 같아서, 그 기분이 좋아서 괜히 입에 담아보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런 이름들을 입에 담고 있자니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절대로 최고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 나는 명작을 쓸 실력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능력도, 최고가 되는 재능도, 그 무엇도 없다는 것.
늘 알았던걸 오늘에서야 새삼 실감한다. 나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걸, 내 애매한 재능을 믿었던 얄팍한 기대감은 정말 쓸모없었다는 걸.
이런 감정에 묻히기 싫어 아까 보았던 웹툰을 떠올리며 말한다. 내가 이래서 천재가 나오는 웹툰은 안 본다고. 나와는 참 먼 이야기라 궁금하기도 하지만 참 버겁기도 하기에.
음, 그래서인가. 오늘 밤은 더욱더 길고 차갑게 느껴진다. 정말 웃프지 않은가. 최고는 어딜 가나 존재하지만 언제나 그건 내가 아니라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