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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너무나도 선명하지만 그래서 놓아줘야 하는

by 미지수

나에겐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다.

처음 예비소집에 갔을대의 그 설렘, 초등학교에는 없었던 얼어붙은 연못, 일 학년 때 만난 내 첫 담임 선생님.

내겐 아직도 참 선명한 기억들인데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기억들 같아서, 왜인지 조금은 서글프다.

중학교 1학년때는 초등학교 동창이 전학을 갔고, 2학년때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겨우겨우 정신 차리고 3학년을 보냈지만 당연하게도 아쉬움은 남아있다.

학교라는 건물은 참 신기한 것 같다. 어딜 둘러보나 추억이 베이지 않은 곳이 없으니 말이다. 조회를 받고, 수업을 받던 교실은 아이들과의 대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요, 땀냄새 배인 체육관은 아이들의 체온이 남아있던 곳이요, 마주 보고 밥을 먹던 급식실은 아이들의 화목한 분위기가 녹아있는 곳이었다. 나는 아직도 처음 중학교에 발을 들였던 2021의 겨울을 잊을 수 없다. 후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연못을 보고 집에 돌아와 엄마께 조잘대던 그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많이 울고 웃었던 기억이 가득한 건물을, 공간을, 시간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

하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제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기억이 아무리 선명할지라도, 더욱더 선명히 흘러가는 시간은 이기지 못한다. 이제는 놓아줘야 할 시간, 내가 보내왔던 시간을 졸업이라는 단어로 결말짓는 것 같다. 하지만 상심하지 않는다. 아직 내게는 무궁무진한 '졸업'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도...

안녕, 나의 3년의 친구들아.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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