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는 오빠가 내게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올해로 고3 되는 그 오빠는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으로 사채를 썼다며 큰일 났다고 했다. 처음엔 믿어주려 했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질문을 던지면 던질수록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듣기로는 오빠의 부모님이 오빠의 이름으로 사채를 썼고, 그에 대한 불이익에 대해선 부모님이 손을 뗀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이상하다 여겼고, 그 정도면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그런데 통화가 막혔다, 문자는 안된다, 어쩐다 저쩐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보다 못한 나는 내가 대신 신고해 주겠다 했지만 그 오빠는 됐다며 어떻게든 되겠지, 이러는 거다.
내가 여기서 의문인 점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걸로 사채를 쓸 수 없을뿐더러 통화가 막히더라도 긴급전화는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이 오빠는 내게 여러 차례 이상한 말을 했다. 부모님이 자신을 때린다느니, 힘줄이 끊어지기 직전인데 일을 시킨다느니, 새벽 2시에 깨워선 밥을 먹으라고 한다느니… 상식 밖의 부모의 모습을 내게 참 많이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늘 나에게 ‘그어버릴까’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의 대답은 늘 No였다. 당연하게도.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떠날 수 없던 이유는… 이 오빠가 정말 죽을까 봐 걱정돼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나를 핀잔했다. 죽겠다고, 자해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진짜 하는 사람들 없다며 당한 네가 병신이라고, 다 받아준 네가 존나 만만한 거라고.
정말 내가 잘못한 건가? 내가 멍청해서, 내가 병신 같아서 그 4년이란 시간 동안 벗어나지 못한 건가? 정말 나 때문인가? 내가 만만 한 거고, 내가 병신인 거고, 내가… 내가 미친년인 건가?
모르겠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난다. 내가 마음 써가며 사람을 살렸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가스라이팅이었고 내가 병신인 거였다니. 부정하는 게 아니다. 받아들여서 이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