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꽃 (1)

by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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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배는 참 미련한 사람입니다. 밤낮없이 연구에만 매진하며 쉬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밥도 스스로 챙기지 않고, 제가 먹자고 보채야 겨우 먹습니다. 그렇게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연구에만 집중하는 선배가 어쩔 때는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고, 때로는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자신의 직업을 정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선배에게 끼니를 보채었습니다.

"선배, 벌써 열두 시예요. 우리 나가서 밥 먹고 다시 해요."

그러나 선배의 대답은 늘 똑같이 들려오는 대답이었습니다. 괜찮으니 저 먼저 먹고 오라며 카드를 쥐여주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선배를 꾸역꾸역 데려갔겠지만 이젠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탓에, 손에 쥐어진 카드를 선배 몰래 제자리에 두고 밖으로 향합니다. 밖으로 가서는 제 지갑에 있는 카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선배가 좋아하는 고로케를 사갑니다.

"아유, 또 오셨네. 여기 고로케 포장해 놨어요!"

늘 같은 시간에 빵집을 들리다 보니 이젠 사장님과 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매일 같은 시간 빵을 사간 손님일 분이지만, 빵집 사장님은 몇 년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빵을 사 온 저를 보며 서비스도 넣어주신 고마운 분이십니다. 다른 빵집에서 산 고로케는 먹지 않는 선배 덕분이었죠. 선배는 연구실 근처의 빵집에서 산 고로케만 먹었습니다. 어여쁜 꽃이 그려진 빵봉지를 내밀지 않으면 선배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봬요!"

물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젠 하지 않으면 섭섭한 일상이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 있나요. 때문에 저는 오늘도 고로케를 사들고 연구실에 돌아왔습니다.

"선배, 고로케 드세요."

"괜찮다니까 뭘 사와."

제가 내민 고로케를 보면 선배가 늘 하는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저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어차피 잘 먹을 거면서 왜 맨날 괜찮다고 하는지 말입니다. 선배는 지금도 제 앞에서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고로케를 먹고 있습니다. 간혹 가다 정말 괜찮으면 안 사 오겠다고 하는데, 선배의 저런 모습을 생각하면 안 사 오고는 못 배깁니다. 아마 저는 고로케를 내일도, 모레도, 어쩌면 평생 동안 하루에 하나씩 살 겁니다. 적어도 선배가 살아있는 한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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