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튤립 (3)

이 꽃의 꽃말은 사랑이래요.

by 미지수

5.

내가 너와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떠났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똥차를 몰고 너의 곁으로 달려갔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님."

너의 장례식에서, 너의 어머니께서 나의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오히려 불러주셔서 감사한걸요."

나는 너의 장례식에서 너처럼 따스한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건넸고, 그간 너의 행적들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어렸을 적에 했던 엉뚱한 짓이며, 공부는 얼마나 잘했고, 어쩌다 이 길로 빠져들었고 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네가 알려주지 않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남에게 듣는다는 것이 조금 서글펐지만, 너를 더욱더 이해하고픈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과거 너에 대한 이야기들을 몇 가지 더 듣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너를 추억하는 방법을 하나 더 배웠다.

하나 의아했던 건 네가 죽고 나서 너의 가족들이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물을 글썽이긴 했지만, 내가 보아왔던 장례식처럼 탈수가 올 정도로 목을 놓아 울지 않았다. 우는 것으로 따진다면 되려 내가 제일 많이 울었으리라.


6

네가 떠나고 한 달 뒤, 나는 여느 때처럼 똑같은 시간에 너의 무덤 앞에 섰다. 나는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었지만, 너만은 나를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형석 씨, 잘 지냈죠?"

내가 너의 무덤 앞에 앉으며 물었다. 나는 내 손으로 너의 무덤을 폭, 덮어주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네게 달려가 그간 어땠냐고, 잘 지냈냐고 물으며 수고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지금 네게 그럴 시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석방이라고 좋아하며 박수를 쳤던 내가 참으로 미워졌다. 그런 나에게 고맙다고 하는 너의 심정은 어땠을까.

나는 너의 앞에 노란색 튤립다발을 놓았다. 네가 좋아하던 수국도, 흔히들 찾는 국화도 아닌 노란색 튤립을.

"이 꽃 말이에요, 참 예쁘지 않아요?"

너의 무덤을 쳐다보며 내가 물었다. 너라면 알 것 같았다. 내가 왜 노란색 튤립을 가져왔으며, 왜 지금 예쁜 것을 묻는지. 너라면 진작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너는 없었다. 나의 튤립을 들어줄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형석 씨. 그거 알아요?"

바람이 살랑 불어와 나의 볼을 간지럽혔다. 나의 길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하늘하늘 휘날렸고, 그건 마치 네가 나의 머리를 만져주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손조차 잡아본 적 없는 우리였지만, 그 이상으로 우린 가까웠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생긋 웃으며 꽃의 꽃말을 네게 이야기했다.

"이 꽃의 꽃말은 사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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