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상은 너에게서 멈췄다.
3.
그날은 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붓던 비가 그날의 나의 불안함을 대신 나타내어 주는 듯했다. 듣기로는 요즘 네가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자지 못한단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나도 잠을 설쳤다. 너의 대한 걱정이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버려 더는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나 보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뚫고 범죄자인 네게 가는 미친 짓을 말이다.
4.
네 얼굴을 보려고 접견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이윽고 너와 나의 이름이 차례로 불리고, 나는 접견자라는 이름으로 네게 향했다. 한 발 한 발 네게 다가갈수록 없던 걱정까지도 생기는 기분이었다. 왜 밥을 안 먹고, 왜 잠을 자지 않으며 왜 병원조차 가지 않았는지... 머릿속엔 수만 가지의 물음표들이 떠 올랐다.
"기자님, 잠시만요."
그때, 옆에 있던 교도관이 너의 이름을 듣고는 나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네? 왜요?"
나의 물음에 교도관은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그의 말로는 요새 네가 상당히 무기력하고, 그만큼 거칠어졌단다. 특히 나의 얘기를 꺼내면 더욱더 열을 내니 조심하라나 뭐라나.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내가 본 너는 심성이 곧고, 너의 죄를 깊이 반성하는 바다 같은 사람인데, 그의 말처럼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포시 숙이곤 네게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너의 얼굴은 듣던 것보다 수척해져 있었다. 면도도 하지 않았는지 수염이 길어져 있었고, 살이 많이 빠졌는지 그동안은 딱 맞았던 죄수복이 헐렁해져 있었다.
그런 너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하고 수도 없이 고민했다. 기자라는 본분에 맞는 질문과 이야기를 해야 할까, 너라는 사람에 맞는 질문과 이야기를 해야 할까.
"기자님."
"네?"
한참 고민하던 나에게 네가 먼저 말을 건넸다. 너의 부름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너와 눈을 마주쳤고, 너는 그런 나의 모습에 픽 웃으며 말했다.
"저, 내일이랍니다."
내일이랍니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이내 박수를 치며 너를 축하했다.
"아, 내일 나가시는구나! 축하드려요,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해요, 다음에 또 뵀으면 좋겠네요."
5.
그러나 너의 말을 들은 그다음 날, 나의 세상은 너로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