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 꽃말이 뭔지 아세요?
0.
나는 죽어도 너를 좋아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네가 한 짓들을 알고도 좋아하는 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기에, 나는 이번 생에도 너를 좋아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1.
나와 너는 교도소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나는 기자의 신분이었고, 너는 범죄자의 신분이었다. 교도관에게 듣기로 네가 지은 죄는 상당히 죄질이 나쁜 죄였다고 했다. 교도소에 들어온 것부터 짐작을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으나 무거운 분위기에 휩쓸려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너의 죄명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
면담실에서 네가 나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네 목소리는 굉장히 굵고 낮은 저음이었지만 듣기가 거북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듣기 좋았달까.
"아, 예. 안녕하세요."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낯선 정적이 흐르자 내 쭈뼛거리는 모습을 본 네가 다 안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질문하셔도 됩니다. 궁금한 게 많으실 것 같은데."
나는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수첩에 적어온 질문들을 하나씩 네게 물었다. 며칠씩 반복되는 일정으로 네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아픈 사랑이 시작된 게.
2.
감옥살이를 하기 전에 너는 유명한 조직에 연루되어있는 사람이었다. 뉴스에서 몇 번씩 마주하는 이름이었고, 일을 하다가도 가끔 들려오는 이름이었기에 나는 너를 다소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 맞지 않게 네가 나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조금 이상했다. 너는 조직 생활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제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너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나에게 하소연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도저히 자신이 왜 그런 일에 몸을 담갔는지 알 수 없다며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범죄자들을 만나는 나였지만 그토록 진실된 눈물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우습게도 너의 눈물을 보며 범죄자도 진실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너도 결국엔 다 같은 범죄자였음을 나는 간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