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폭우(2022.8.8.)(1)
2022년 8월 8일. 저녁에 서울 동작구에는 한 때 시간당 141mm가 넘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기상관측 이래 서울에 내린 시간당 강우량 최고 기록이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서울의 시간당 강우량은 이때 동작구에 내린 비가 최고 기록이다.
동작구는 우리 동네다. 그날 우리 동네 폭우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 날 새벽 출근이어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좀 차는 듯한데 괜찮은지 확인들 해보세요”
“1층 102호는 베란다에 물이 넘치고 있어요”
건성으로 단톡방 글을 읽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다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이번엔 반장 아주머니의 다급한 글이 올라왔다.
“지하주차장에 모두 내려오셔서 물 빼야 돼요. 물 넘칩니다.”
‘내 차도 빼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르자, 뇌리에 경고등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먼저 내려가 본 아내가 양동이와 대야 같은 걸 갖고 내려오라 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에 가 보니, 물이 발목까지 찬 상태였다. 우리 아파트는 모두 열여섯 세대여서 차량 스무 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지하주차장이다.
“발목까지면 금방 다 퍼낼 것 같으니 퍼냅시다.”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사실 이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집에서 대야와 양동이를 가져온 주민들은 일사불란하게 물을 퍼담아 주차장 밖 빗물받이에 버렸다.
하지만, 퍼내도 퍼내도 물은 줄지 않았다. 비는 여전히 쏟아졌고, 한 시간 가까이 작업을 해도 물은 그대로였다. 한 주민이 창고에 있던 양수기를 찾아냈다. 하지만, 고장이 났는지 켜도 힘없이 돌다가 얼마 못 가 멈췄다. 반장 아주머니는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소방서에서는 우리 집이 70번째라며 기다리라 했다. 비는 더 굵어지고, 물은 더 깊어졌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주민 한 분이 그 빗속을 뚫고 차를 몰아 영등포까지 가서 양수기 1대를 사 왔다. 사실 이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당시 곳곳이 침수되어 차량 운전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온 이 양수기를 켰더니 단숨에 물을 빨아들였다. 금세 상황 종료가 됐다.
그땐 제대로 몰랐지만, 지하 주차장이 일부 침수됐는데 이 곳에 들어가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당시 물이 발목까지 차는 정도였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물이 순식간에 가슴까지, 머리 위까지 찰 수도 있다. 특히 감전의 위험도 있었다.
바로 그 날밤, 옆 동네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고, 한 달 뒤 태풍 힌남노 땐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물이 급격히 들어와 차를 빼러 지하 주차장에 들어간 7명이 숨졌다.
그럼에도 그날 밤 우리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 발목까지 찬 물을 빼낼 때는, 처음엔 스스로도 위험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 감전의 위험마저 있었는데도, 아이들이 신나게 어른들 물 퍼내는 일에 거드는 걸 ‘착하다’며 기특해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두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감전 생각이 떠올라 우선 아이들만이라도 집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