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 이래향

『어떤 뿌리는 허공에 길을 낸다』시집

by 수인



이래향 시인의『어떤 뿌리는 허공에 길을 낸다』시집에서 「다음에」란 시를 읽습니다.


다음에 / 이래향


다음에 돈 벌면 엄마 옷 한 벌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네


기약할 수 없는 말, 언제일지 모르는 말

그 막연함을 오래오래 품고 살았네


약속을 지키기 전, 엄마 먼 길 떠나고


여든 넘은 친구 엄마 볼 때마다, 마흔네 살에 멈춘

엉겅퀴 닮은 엄마를 생각하네


아들이 다음에 돈 벌면 옷 한 벌 사주겠다고 하네

예전이 나처럼 막연하게 던지네 그 말


아직도 미완의 약속으로 남아 혀끝을 떠도는 말

식도염처럼 목구멍이 싸해져 밤이면 역류되는 다음에



이래향 시인의 「다음에」란 시를 읽으며 수없이 다음에를 외쳤던 나를 돌아봅니다. 부모님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진정 효도를 하려고 하면 부모님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수없이 다음에를 기약했던 말은 증발된 수증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쉬움만 남게 됩니다.


다음에는“기약할 수 없는 말”입니다. 시인의 엄마는 너무 빨리 이승을 떠나고, 친구의 엄마를 보면서 지키지 못한 언약을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인의 아들이 예전에 자신의 엄마에게 했던 지키지 못한 말 “다음에 돈 벌면 옷 한 벌 사주겠다”라고 말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시인은 “식도염처럼 목구멍이 싸해져 밤이면 역류되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다음에”를 외쳤던 그 단어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간절한 그리움의 속내입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다음에를 기약하며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기약할 수 없는 말이 될 줄 알면서도 습관처럼 던지고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하기 전에 오늘 얼굴 보자고, 오늘 옷 사러 가자고, 못하고 미루었던 다음에 하자던 그것 오늘 하자고 말해보아야겠습니다. “다음에”로 미루지 않고 오늘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