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해년마다 돌아오지만 늘 아쉬운 것은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버이날은 365일 중 하루뿐인데 올해는 일요일이고,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있다. 도리를 하려고 하니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 번거롭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밥 한 끼 먹기로 했는데 걸리적거리는 것이 많다. 모두가 핑계라고 하지만 일 년 중 단 하루조차도 핑계의 무덤 속에 가두고 싶은 것은 나만의 일일까 자책하게 된다.
박은우 시인의 시 「어버이날의 풍경화」를 곱씹게 된다. “나의 숲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 남매의 오케스트라 대신 “내가 부는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며”“몇 개 남은 초록잎을 소금에 버무리고 있다.”는 시다. 박 시인은 실제로 하모니카를 불 줄 아는 시인이다.
무성한 초록잎을 매달아 자식을 키워냈다. 이제는 햇빛을 구걸하지 않아도 되기에 버거웠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나무가 고목이 되듯이 부모는 허깨비처럼 몸이 가벼워졌음을 “기꺼이 돌이 되기”위한 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속울음이 켜켜이 쌓여/ 묵직한 어둠이” 되도록 키워내면서도 “너 살기도 바쁜데 오긴 뭘 와”라고 하면서도 “음계를 벗어난 바람소리를 감지하는” 이제는 고목이 된 부모님을 다시 돌아보게 된 시다.
「어버이날의 풍경화」를 읽으며 우리 모두의 부모님을 내 부모님의 살아오신 모습을 그려본다. 한 부모는 열 자식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보시지 못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오긴 뭘 와”하면서도 눈이 빠지게 자식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의 얼굴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