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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May 13. 2022

임을 위한 행진곡/ 김완

『지상의 말들』 시집

김완 시인의 『지상의 말들』 시집을 읽다가 오월이 울컥 붙잡는다.

시인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개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김완


죽은 자가 산 자를 인도하는

이 노래는 힘이 세다     


이 노래는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고 큰 숲이 된다  

   

어떤 풀도 나무도 제 색만을 위해

다른 색을 누르지 않는다   

  

노래는 벌레, 동식물, 바람과 더불어

대동세상 우주宇宙가 된다     


노래는 참으로 힘이 세다

노래는 물결쳐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노래를 기억하는 것만큼

노래의 기억이 사라지면 죽으리     


     


이팝나무 휘날리는 오월이 왔다.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오월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이 노래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사망한 윤상원 열사와 광주의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운 열사의 영혼결혼식 넋풀이로 만들었다는 곡이다. 이제 이 노래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불의에 저항하는 대표적인 노래가 되었다.  

    

그리하여 “죽은 자가 산 자를 인도하는/ 이 노래는 힘이 세다”라고 화자는 말하고 있다. “노래는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자꾸자꾸 확장되어 “대동세상 우주宇宙가 된다”라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그만큼 힘이 세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라고 화자는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화자는 “노래를 기억하는 것만큼 살고/ 노래의 기억이 사라지면 죽으리”라고 다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제 이 노래는 세기의 노래가 될 것이고 이 우주가 멸망하지 않는 한 이 노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표상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축가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 은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라고 “산자여 따르라”라고 외치고 있다. 그 새날은 언제쯤 올지. 그날을 위해 따르는 자 얼마나 있는지. 아직도 길은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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