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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무기력]

by 전 율


눈을 떴다.


벌써 오후 1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핸드폰을 든다.

새로운 알림은 없다.

SNS를 켜고, 남들 사는 모습을 본다.

어디 놀러 간 사진, 운동하는 사진, 자기 계발하는 사진.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쥐고 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걸까.


게임을 켠다.

유튜브를 본다.

시간이 흐른다.


벌써 4시.

라면을 끓이고, 계란 한 개를 넣는다.

익어가는 동안 허공을 바라본다.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다.


티비를 틀고 대충 먹는다.

먹고 나면 또 졸리다.

다시 침대에 눕는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몸이 안 움직인다.


어릴 때는 꿈이 있었다.

열정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취업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부모님도 기대하고 있고,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 나간다.

주변에서 성공하는 사람들, 연봉 높은 사람들, 결혼하는 사람들.

다들 뭔가를 이루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


이불을 덮고 다시 핸드폰을 켠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영상을 멍하니 본다.

‘30대 되기 전에 해야 할 것들’

‘20대 후반, 인생이 걸린 시기’

‘이제 정신 차려야 할 때’


오후 9시...

뭐지.. 하루가 끝나 간다.

이렇게 하루를 써도 괜찮은 걸까?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거.

그런데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필사적으로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내가 게으른 걸까. 아니면 그냥 지친 걸까.

뭔가를 해보려다가도 쉽게 꺾여버린다.

꿈을 꾸려해도,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돈, 취업, 커리어, 인간관계, 미래.

고민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남들처럼만 살고 싶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 지독한 무기력....


내가 과연 이 지독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전 1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내일도 별다를 것 없는 내일이 시작되겠지.


20대 후반 지독한 무기력을 겪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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