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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그릇 ]

내 그릇의 크기는 내가 정한다.

by 전 율

약 10년여 년 전,

2013년의 직장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나의 첫 직장은 오래된 보수적인 기업이었고,

변화는 느렸다.

또한 첫 직장이고, 사회초년생이라,업무 능력도, 직무 적응도 많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너는 그냥 이런 일 하는 게 딱 맞아. 너는 그릇이 손바닥만 해서 쥐 뿔 아무것도 안 돼.""

"괜히 나대지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해."

그 사람은 늘 나를 그렇게 평가했다.

내가 무언가 해보려고 하면, 그가 먼저 선을 그었다.


내 능력을 시험해 볼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는 내 한계를 정해버렸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매일 아침 2시간씩 불려 서 있어야 했다.

의자에도 앉지 못한 채, 비난과 조롱을 견뎌야 했다.


정시 퇴근은 있을 수 없었다, 무조건 야근!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양치하러 갔다가도 혼이 났다.

"어디서 감히 여유 부리냐?"

겨울철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길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도 꾸중을 들었다.

"신입주제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나?"

다른 선배가 혼나야 할 일도 나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네가 했던 일 아니야?"

아니라고 해도, 자기 할 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견적 하나를 내는 데에도 알 수 없는 꼬투리로 수십 번을 바꿔야 했다.

결제파일철을 보고하면, 다시 돌려받고, 또 보고하면 또 퇴짜.

"이게 네 수준이야? 이래서 네가 한심한 거야."

그의 얼굴엔 늘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가둬두려 했다.

내가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그는 더 단단히 틀어막았다.


나는 그렇게 점점 작아졌다.

내가 생각한 것들은 모두 틀린 것처럼 느껴졌다.

내 능력은 고작 이 정도인가?

나는 정말 그가 말한 대로 작은 그릇에 불과한 걸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가스라이팅이었다.

그는 나의 가능성을 억누르며, 내 미래를 멋대로 규정해 버렸다.


나는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얻고 싶었다.

다른 부서로 가고 싶다고 요청했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너는 여기서나 만족해야 돼."

"너 같은 애가 뭘 더 하겠다고?"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같이 들려오는 말들이 나를 점점 약하게 만들었다.

나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평가로 만들어진 존재가 되어갔다.

하지만 나는 끝내 그 울타리를 벗어났다.

퇴사하기 전, 마지막 3개월 동안 내가 원했던 영역에서 일할 기회를 겨우 얻었다.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내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일을 그만두었다.

그들이 규정한 내 한계를 내가 직접 깨부기 위해서.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지금 나는 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7년 차.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내 방식대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상사가 정한 손바닥만 한 그릇이 아닌, 내가 직접 만든 바다같이 큰 무대에서 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때 나를 무시했던 상사는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을까?

지금도 누군가를 향해 "너는 그릇이 작아"라고 말하고 있을까?


내 능력은, 내 한계는, 내 가치는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다.

남의 평가에 너무 휘둘리지 마라.

태평양 고래가, 어찌 어항 속에 살 수 있겠는가.



나의 그릇의 크기는, 내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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