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눈 뜨자마자,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며, 연거푸 한숨을 내뱉는다.
평소처럼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출근 걱정, 앞으로 살아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핸드폰을 들어,
부모님께 전화를 건다.
울컥할 것 같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말한다.
"엄마, 아빠. 정말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평소에는 어색해서 잘 못 했던 말.
내 마지막 날이 아니었다면,
언제까지나 미뤘을지도 모를 말.
이제야 겨우,
입 밖으로 내뱉은 내가 너무 한심하다.
그리곤 살면서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고마웠어. 정말 고마웠어."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 담는다.
내가 남기는 마지막 말...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따뜻하다.
밖으로 나가 숨 한번 크게 쉬어본다.
가슴 안쪽으로 깊게 들어오는 공기가 하나하나 느껴진다.
이 아침 공기가 이렇게 맛있는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
공기마다 맛이 다르다는 걸 살면서 처음 느낀 거 같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커다랗게 피어난 저 솜사탕 같은 구름이 오늘따라 유독 맛있어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잎들,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꽃들도
오늘따라 유난히 화사하게 보인다.
매일 지나쳤던 길들이 오늘따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카페 안에서, 들려오는 에스프레소 기계 뿜어내는 증기소리,
삶의 이어나가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노트북 타자 소리.
신호등 앞에서 울리는 자동차 빵빵 거리는 소리.
오늘따라 유난히 내 코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가 크게만 들린다.
잘 먹지도 않던, 커피 향이 어찌나 좋던지,
노릇노릇 바삭바삭 빵의 구수한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공원에서 불어오던 풀냄새와 흙냄새가 이렇게나 강했었나.
눈을 감고, 하나하나의 냄새를 다시금 가슴속에 저장한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신다.
쓰다...
입안 가득 그 쓴맛과 고소함이 가득 퍼진다.
입에 사탕하나를 넣고, 쓰고 단맛을 온전히 느껴본다.
오늘 공기 맛은 정말 달구나.
머그잔에서 느껴지던 그 온기가 식어감이 느껴진다.
내 몸이 이렇게 서서히 식어 가겠지...
내 몸이 식어가기 전에,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살결 하나하나에 그 온기를 담는다.
정작, 오늘이 돼서야 삶의 오감을 느꼈다.
오늘은 온전히 내 하루를 혼자서 정리하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
웃고 떠드는걸
오늘은 하고 싶지 않다.
묘하게 평온한 이 순간..
너무 치열하게, 너무 비겁하게, 너무 인색하게
살아온 나를 후회한다.
더 많이 베풀걸.
더 많이 사랑할걸.
더 많이 표현할걸.
더 많이 용기 낼 걸.
더 많이 용서할걸.
더 많이... 웃으며 살 걸....
눈을 감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
나는 삶을 온전히 느끼고 살고 있지 않았구나..
아....
나는 지금까지 나는 후회되는 일들을 많이 하면서 살았구나...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실현해 보아야겠다.
설령 진짜의 마지막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이 삶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
그때는 후회가 덜 남아 있겠지?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