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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 나의 연못 "

by 전 율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연못이 있다."


나에겐 아주 오랜 시간, 조용히 가꿔온 자그마한 연못이 있다.

나는 평생을 그 연못 속에서 조금씩 성장도 하며 덩치도 키우고, 생각도 키우고,

천둥 번개 홍수 가뭄 등 각종 자연재해를 견디며,

점점 나만의 연못을 더 큰 연못으로 키우면서 살아왔다.


물살은 조용했고, 햇빛은 잔잔히 수면을 비추며

물속을 환하게 비춰주곤 했다.

그 연못엔 언젠가, 나와 함께 헤엄쳐 줄 물고기가 나타나길 바랐다.

서로의 지느러미가 부딪혀도 웃음이 날 만큼,

장난도 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도 되어주는,

서로에게 길을 물어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그런 따뜻한 동행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마리의 물고기가 내 연못에 들어왔다.

등장으로 내 물속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고,

나는 그 물살 속에서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잔잔한 물살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물고기의 움직임은 점점 거칠어졌고,

연못은 어느새 흙탕물이 되어 흐려지기 시작했다.

헤엄칠수록 시야는 좁아졌고,

나는 내가 어디쯤 있는지도,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렸다.

그 물고기는 내 지느러미를 보고 웃지 않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연못의 크기보다

더 빠르고, 더 큰 바다만을 이야기했다.



“나는 자꾸만 작아졌고,

내 나이도, 내 몸도, 그리고 내가 키워온 이 연못조차

그 물고기에게는 더럽고 좁은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건 내가 바라던 함께 헤엄치는 삶이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그 물속에서 숨 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소원을 빌어, 지나가던 새가 그 물고기를 물어가 주길 바랐다.


소원은 이루어졌고,

흙탕물로 가득 찼던 내 연못에 흙들이 바닥에 다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나의 연못이 맑아질 때까지,

그 안의 찌꺼기들이 다시 정화될 때까지.

그리고 다시 난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이 연못에 다시 햇빛이 들고

그 빛을 따라 또 한 마리의 물고기가 찾아오기를..

이번엔, 나와 함께 여유자적

수초 사이를 누비며,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며,

더 넓고 깊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물고기였으면 좋겠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


흙탕물 속을 보내는 지금...

골똘히 생각한다.

나에게 따스한 햇살과 행복이 빨리 찾아오는 날이 오기를...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햇빛이 연못을 따뜻하게 덮고,

다시 한번 누군가와 맑은 물 위를 나란히 헤엄칠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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