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배운 냉혹한 현실, 그리고 영리하게 살아남는 법
첫 회사는 규모가 작은 조직이었다. 신입이었던 나는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리더는 내가 뭘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선배들은 각자 바빴다. 그때의 나는 ‘내가 버려진 건 아닐까?’ 하는 불안 속에 있었다.
그 후, 지금의 회사로 이직했다. 규모는 세 배쯤 크고 겉으로 보기에는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진 만큼 정치와 이해관계는 더 노골적으로 존재했다. 특히, 신설된 조직의 실장이 자기 입지를 굳히기 위해 무리한 약속을 남발하고, 그 수습은 고스란히 나 같은 실무자들에게 떨어졌다.
나는 원래 하던 연동 개발 업무에서 밀려나, 전혀 다른 언어와 프레임워크로 만들어진 코드들을 떠안았다. 인수인계도 없고, 일정 압박은 더 강했다. 실장이 던진 공수표를 내가 메워야 했던 셈이다.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건, 회사에서 살아남는 기술은 단순히 열심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때로는 뻔뻔할 만큼 영리해야 한다. 옆에서 본 것만으로도 배운 게 있다.
스스로 기준을 세워라
리더가 없거나 지시가 모호해도 내가 지킬 기준(코드 품질, 문서, 테스트)을 정해두면 흔들리지 않는다.
기록은 방패다
애매한 지시와 불명확한 책임 속에서, 로그·커밋·메일은 내 유일한 증거이자 방어선이다.
정치는 스킬이다
정치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필요 이상으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 기본적인 방어용 정치력은 익혀야 한다.
경계선은 분명히 하라
무조건 맡아서 처리해주는 건 미덕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따지고, 책임 소재를 질문하고, 필요할 땐 “지금 제 리소스로는 어렵습니다”라고 선을 긋는 연습이 필요하다.
회사가 아니라 나를 키워라
조직은 언제든 변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역량은 어디서든 쓸 수 있다. 언어, 프레임워크, 문제 해결 경험은 결국 내 생존 자산이다.
무리한 약속으로 자기 자리만 지키고, 책임은 아래에 떠넘기는 리더.
결과만 빼앗고 과정엔 관심 없는 문화.
‘공수표’를 조직의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며 “저렇게 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단기적으로는 살아남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팀원과 조직 모두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상적이지 않다. 때로는 거짓말이 통하고, 정치가 보상받는다. 나는 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가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건, 현실을 인정하되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신입 때 나는 너무 순수했다. 지금은 다르다. 현실은 냉혹하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할 여지는 여전히 있다. 회사는 나를 완성시켜주지 않는다. 다만 나는 회사라는 무대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단단해질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