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고록

Chapter3. 커리어 이야기 - 나침반을 다시 꺼내 들다

by 제와킴

3-1.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

난 원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다. 앞으로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향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일부분은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찐 개발자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코드 작업을 업무 때만 하지는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정도만 해도 개발자 상위 50%는 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올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하다 보니 점점 위기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기획을 하고 있는 게 맞나. 내가 여기서 PM을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개발자가 기획이나 PM 업무를 경험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직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메인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개발보다는 문서 작업, 기획 회의, 일정 조율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날들이 많았다. 퇴근하고 나서 "오늘 하루 코드를 몇 줄이나 짰지?" 생각해 보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이 있었다.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개발자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아니면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출근길에도, 점심시간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 질문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됐다.

내가 좀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일하고 있는 다른 회사의 포지션을 찾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직을 준비하게 됐다. 올해 중후반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3-2. 그래도 멈추지 않기로

이직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평일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쪼개서 이력서를 다듬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지친 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버거울 때도 많았다.

몇 군데 지원했고, 서류를 통과한 곳도 있었고, 면접까지 간 곳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인상 깊었다. "경력으로 보면 이제 미드레벨에 접어드는 시기네요."

미드레벨. 주니어는 아니지만 시니어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기본은 갖췄고, 이제 어떤 방향으로 더 성장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 그 말이 묘하게 와닿았다. 지금이 바로 그 갈림길이구나 싶었다.

결과는 아쉽게도 올해 안에는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들과는 인연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속상했다.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끝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이번에 안 됐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거나, 더 나은 기회를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됐다. 면접에서 대답이 막혔던 질문들, 좀 더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했던 기술적인 부분들. 그걸 채워나가면 된다.

스스로 내 가치를 더 빛나게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내 가치를 알아주는 조직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그건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올해는 많은 걸 느끼고 배운 한 해였다.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들은 분명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그걸 찾아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6년에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개발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이 현실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로, 조금은 길게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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