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커리어 이야기 - 나침반을 다시 꺼내 들다
난 원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다. 앞으로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향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일부분은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찐 개발자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코드 작업을 업무 때만 하지는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정도만 해도 개발자 상위 50%는 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올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하다 보니 점점 위기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기획을 하고 있는 게 맞나. 내가 여기서 PM을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개발자가 기획이나 PM 업무를 경험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직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메인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개발보다는 문서 작업, 기획 회의, 일정 조율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날들이 많았다. 퇴근하고 나서 "오늘 하루 코드를 몇 줄이나 짰지?" 생각해 보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이 있었다.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이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개발자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아니면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출근길에도, 점심시간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 질문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됐다.
내가 좀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일하고 있는 다른 회사의 포지션을 찾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직을 준비하게 됐다. 올해 중후반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이직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평일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쪼개서 이력서를 다듬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지친 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버거울 때도 많았다.
몇 군데 지원했고, 서류를 통과한 곳도 있었고, 면접까지 간 곳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인상 깊었다. "경력으로 보면 이제 미드레벨에 접어드는 시기네요."
미드레벨. 주니어는 아니지만 시니어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기본은 갖췄고, 이제 어떤 방향으로 더 성장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 그 말이 묘하게 와닿았다. 지금이 바로 그 갈림길이구나 싶었다.
결과는 아쉽게도 올해 안에는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들과는 인연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속상했다.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끝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이번에 안 됐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거나, 더 나은 기회를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됐다. 면접에서 대답이 막혔던 질문들, 좀 더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했던 기술적인 부분들. 그걸 채워나가면 된다.
스스로 내 가치를 더 빛나게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내 가치를 알아주는 조직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그건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올해는 많은 걸 느끼고 배운 한 해였다.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들은 분명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그걸 찾아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6년에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내가 하고 싶은 개발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이 현실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로, 조금은 길게 보면서 말이다.